접근금지 해제 뒤 닥친 참극…피해자 보호 공백 메워야
핵심 요약
접근금지 조치 해제 11일 만에 20대 남성이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혐의로 붙잡혔다. 피해자는 신변 보호와 스마트워치를 받았지만 범행을 피하지 못했고, 임시조치 재신청은 만료 엿새 뒤 이뤄졌다. 관계성 범죄가 늘어나는 가운데 가해자 격리와 보호 조치의 공백을 막을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가정폭력 수사를 받던 20대 남성이 지난 11일 장모를 살해하고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납치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아내에 대한 접근금지 조치가 해제된 지 11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피해 여성은 신변 보호를 요청해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받았지만, 가해자의 접근과 범행을 막지 못했다.
남성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장모를 흉기로 찌른 뒤 아내를 강제로 차에 태워 강원도 야산으로 달아났다. 경찰의 추적으로 여성은 구출됐다. 피해자는 남편의 상습 폭행을 이유로 두 달 전 신변 보호를 요청했고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받았다. 통상 2개월인 조치 기간이 끝난 뒤 공백이 생겼고, 경찰은 만료 엿새가 지나서야 임시조치를 다시 신청했다.
가해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조사에 응하지 않고 무단결근하는 등 위험 신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정황에도 경찰이 조치 만료 전에 재신청하지 않은 이유와 신병 확보, 전자발찌 착용 등 격리 조치를 검토하지 않은 경위를 따져야 한다. 가족·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관계성 범죄 신고는 지난해 43만9382건으로 전년보다 23.1% 늘었다.
지난달 경기 광주의 출근길 살인과 지난 7월 스토킹 피해를 호소한 여성의 살인 사건에서도 피해자 보호 체계의 허점이 지적됐지만 비극은 반복됐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거지와 동선을 아는 범죄의 특성상 보호를 피해자의 요청과 대응에 맡겨서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수사기관과 사법 당국은 가해자 격리를 우선하고, 접근금지 조치의 공백을 막을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