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시대, 연대로 길을 낸 여성 청년들
핵심 요약
두 다큐멘터리는 여성 청년들이 절망을 돌봄과 연대의 행동으로 바꾸는 과정을 담았다. 남태령의 28시간과 13년에 걸친 동물권 운동의 성취·소진이 함께 기록됐다. SNS와 취향으로 연결된 청년들은 동물·생태·기후·평화의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장했다.
다큐멘터리 <남태령>과 <가능주의자>는 기후위기와 불평등, 정치적 무력감이 겹친 현실에서 여성 청년들이 절망을 행동으로 바꾸는 과정을 포착한다. 두 작품의 인물들은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거나 절망을 외면하지 않는다. 대신 SNS와 취향을 매개로 관계를 만들고, 돌봄과 연대가 필요한 현장에 참여하며 함께 버티는 가능성을 찾아간다.
<남태령>은 탄핵 정국이 이어지던 2024년 12월21일 정오부터 이튿날 오후까지의 28시간을 담았다.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향하다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농민들과, 소식을 접한 뒤 엑스를 통해 모여든 청년들이 기록의 중심이다. 록 페스티벌에서 사용하던 ‘내향인 깃발’을 든 청년은 가수 설리의 죽음과 이태원 참사를 겪은 뒤 심폐소생술을 익혔다. 현장에서는 농민들에게 핫팩과 따뜻한 음료가 건네졌고, ‘행운을 주는 검은 고양이 연합’ 등 개성 있는 깃발이 광장을 채웠다.
<가능주의자>는 2011년부터 2024년까지 13년 동안 돌고래 해방과 개 식용 종식 등 동물권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낸 젊은 여성 활동가 다섯 명의 행적을 따라간다. 이들 다수는 2010년대 중반 페미니즘 리부트를 전후해 페미니즘과 동물권을 연결했다. 영화는 성취만 부각하지 않고 활동 과정에서 쌓인 피로와 심리적 소진, 운동의 부침도 함께 보여준다. ‘비건먼지’에는 작은 먼지처럼 보여도 함께 뭉쳐 커질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두 작품 주변에는 동물 연구 공간이자 카페인 ‘유인원’, 업사이클링 디자인 스튜디오 ‘삼사이워크’, 제주 한화우주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 ‘핫핑크돌핀스’가 등장한다. 동물·생태·기후·평화 의제가 낯설고 유쾌한 이름을 통해 이어지는 모습이다. 팔레스타인 평화 활동가 해초가 진행한 관객과의 대화는 시간과 음향 장비가 부족했지만, 참석자들은 집중해 듣고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두 영화는 삶의 균열을 견디는 데 머물지 않고 관계와 실천으로 전환하는 청년들의 현재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