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미감으로 빚은 이대원의 색점과 색선
핵심 요약
이대원의 70년 화업을 조명하는 첫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다. 색점과 색선, 색층에는 자수와 나전, 전통회화 기법을 유화로 변용한 조형적 성취가 담겼다. ‘농원’ 연작의 변화와 미술사적 평가의 공백을 짚는 전시는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이대원(1921~2005)의 70년 화업을 재조명하는 첫 대규모 회고전이다. 1930년대 초기작부터 말년의 대작까지 유화 120여 점과 아카이브 100여 점, 수집 고미술품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적인 현대회화’를 찾으려 했던 작가의 여정을 펼쳐 보인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
화면을 채운 색점과 색선은 서양 화가들의 기법을 연상시키지만 작동 방식부터 다르다. 색점은 관람자의 눈에서 하나로 섞이지 않고 각각의 빛깔을 유지하며, 여러 방향으로 휘고 뻗는 색선은 자수의 색실처럼 리듬과 속도감을 만든다. 옻칠 위에서 자개가 빛나는 듯한 색층에는 전통회화의 준법·태점·적묵법을 유화 붓질로 바꾼 흔적도 담겼다. 입구의 ‘담’(1986)은 미색·분홍·푸른 점과 선이 흰 담과 나무의 풍경을 겹겹의 빛으로 바꾸는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같은 조형 언어는 1973년 화실을 마련한 파주 농원을 수십 년 그린 ‘농원’ 연작에서 무르익었다. 1970년대 작품은 원근감이 살아 있는 풍경 위에 색점을 놓았고, 1980년대에는 색선이 길어졌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원근은 희미해지고 점과 선, 색면이 화면을 뒤덮었다. 마지막 전시실의 가로 5~7m 대작에서는 멀리 바라보던 자연이 그림 속을 거니는 듯한 ‘와유’의 산수 공간으로 확장된다.
경성제대 법학도였던 이대원은 반도화랑 운영자, 홍익대 미술대학 초대 학장과 화가 출신 첫 대학 총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지냈다. 대중적 인기와 달리 ‘과수원 화가’라는 이미지, 근대미술을 낡은 것으로 보던 1980~2000년대 화단의 분위기, 개인전 16회 중 11회를 현대화랑에서 연 데 따른 상업성 인식은 작품의 미술사적 검토를 가렸다. 2013년에는 ‘농원’(1987)이 전두환 추징금 환수 몰수 미술품 경매에서 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이번 전시는 소재뿐 아니라 양식과 기법, 미감으로 한국성을 구현한 성취에 다시 시선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