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네팔 식당이 품은 이주노동자 25명
핵심 요약
전주의 네팔 식당과 비인가 쉼터에서 이주노동자 25명이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입소자들은 폭행, 직장 폐업, 산업재해 뒤 해고 등으로 일터와 거처를 잃었다. 운영자는 연 5만 원의 숙소비만 받고 식당 수익으로 월세와 쉼터 운영비를 감당하고 있다.
전주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네팔 식당 ‘칸첸중가’가 일터와 거처를 잃은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임시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네팔인 림부 라잔(40) 씨가 2021년 문을 연 이곳에는 지난 7월 기준 25명이 머물며 숙식을 해결했다. 사업주의 폭행을 피해 나온 노동자부터 직장 폐업이나 손가락 절단 뒤 해고로 갈 곳을 잃은 노동자까지 사연은 제각각이다.
점심 무렵 식당에는 10여 명이 모여 콩 수프와 채소 요리, 돼지고기 볶음을 곁들인 네팔 음식 ‘달밧’을 먹었다. 식당은 서울에서 공수한 발효 겨자잎과 산초, 발효 콩 등 네팔 식재료를 사용하고, 값이 비싼 네팔 쌀만 한국 쌀로 대신한다. 점심을 먹은 노동자들은 오후 8시 저녁 급식 전까지 버틸 수 있도록 넉넉한 양으로 끼니를 채운 뒤 약 50m 떨어진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는 남성이 지내는 1층 약 15평과 여성이 사용하는 2층 약 10평으로 나뉜다. 출입구에는 새 직장을 구하면 곧바로 떠나야 하는 이들의 대형 여행가방 수십 개가 쌓여 있고, 테이프가 붙은 에어컨은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노동자들은 간이 매트리스의 먼지를 털거나 작은 노트북으로 축구 경기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은 3개월 안에 새 일터를 구하지 못하면 비자가 취소될 수 있어 구직을 서두르고 있다.
네팔쉘터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식 쉼터가 아닌 비인가 시설이다. 라잔 씨는 두 층의 월세 100만 원을 식당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입소자가 부담하는 숙소비는 1년에 5만 원이다. 직원 고용과 시설 보강 등 공식 운영 기준을 개인이 갖추기 어렵고, 절차가 강화되면 긴급한 처지의 노동자들이 오히려 이용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고민이다. 비싼 모텔을 대신해 누구나 자유롭게 쉬어 갈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쉼터는 제도 밖에서 이들의 마지막 임시 거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