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취재 사진작가 벌금 500만원…여권법 위헌 다툼
핵심 요약
외교부 허가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한 장진영씨가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했으며, 장씨 측은 항소와 헌법소원을 추진한다. 여권법 17조가 분쟁지역 취재에 대한 사실상의 사전 허가제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을 외교부 허가 없이 취재한 프리랜서 사진작가 장진영씨(46)가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단독 배다헌 판사는 12일 여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장씨 측은 여권법 17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고 항소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외교부가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방침을 알렸는데도 장씨가 신청하지 않았고, 당시 전쟁이 격화된 상황을 고려하면 그의 행위에 법익의 균형성과 보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장씨는 출국 당시 외교부가 취재 목적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신청을 받기 전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침공 열흘째인 2022년 3월 5일 한국 언론인 가운데 처음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약 보름간 취재했고, 촬영물은 시사IN과 워커스 등에 실렸다. 경찰 입건 뒤 이듬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지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여권법 17조는 전쟁이나 내란 등이 발생한 국가의 방문을 외교부 장관이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취재·보도 등 예외적 목적의 방문에도 허가를 요구한다. 2007년 분당샘물교회 선교사 피랍 사건을 계기로 제도와 처벌 조항이 마련됐다.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열흘 전 현지를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했고, 전쟁 초기 한국 언론의 현장 취재는 막혔다. 2022년 3월 10일 신청 조건이 마련된 뒤 KBS 등 일부 언론사가 3월 18일 입국했지만, 초기에는 외교부 출입 언론사만 신청할 수 있었다. 방문도 3일 이내, 4명 이하로 제한됐으며 허용 지역은 키이우가 아닌 체르니우치주 한 곳이었다. 프리랜서와 소규모 독립매체가 배제됐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조건은 일부 완화됐다.
국제기자연맹과 국제언론인협회, 국경없는기자회 등 국제 언론·인권 단체들은 장씨의 형사처벌에 연대 의사를 밝히며 분쟁지역 취재를 제한하거나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법률대리인 김보라미 변호사는 여권법 17조가 언론·출판에 대한 사실상의 사전 허가제로 작동해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장씨도 외교부의 허가를 얻어야 취재할 수 있는 현실에 유감을 나타내며, 위험을 이유로 분쟁지역 방문을 정부가 금지하고 허가하는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과 헌법소원에서는 취재 안전을 위한 국가의 제한과 언론 자유 사이의 충돌이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