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빌딩 탄흔이 남긴 미완의 5·18 책임 규명
핵심 요약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탄흔 245개는 계엄군 헬기 사격의 핵심 증거로 남아 있다. 법원과 5·18조사위가 헬기 사격을 인정했지만 발포 명령 책임자는 특정되지 않았다. 제한적인 처벌과 미완의 진상 규명은 최근 5·18 조롱 논란 속에서 다시 과제로 떠올랐다.
광주 5·18민주광장 맞은편 전일빌딩 245에는 1980년 5월 계엄군의 헬기 사격 흔적 245개가 보존돼 있다. 2016년 건물 리모델링 과정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탄흔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을 거쳐 헬기 사격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파악됐다. 그러나 도청 앞 집단 발포와 헬기 사격의 구체적인 명령·지휘 책임은 46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탄흔은 전일빌딩 10층 바닥과 콘크리트 기둥 상단, 천장 마감재 등에 집중돼 있다. 총탄은 약 40~50도 각도로 위에서 아래를 향해 들어왔으며, 당시 주변에는 이런 궤적의 사격이 가능한 높은 건물이 없었다. 법원은 2020년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사건에서 5월21일과 27일 무장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2024년 5·18조사위도 500MD와 AH-1J 헬기의 사격 정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은 1989년 공개된 조비오 신부의 증언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됐고, 아널드 피터슨 목사가 촬영한 헬기 사진과 다수의 목격담이 뒤따랐다. 5월21일 오후 1시 도청 앞 집단 발포로 시민 36명이 희생됐으며, 사격 통제 없이 약 30분간 발포가 이어졌다. 조사 과정에서는 실탄 분배와 진돗개 ‘하나’ 발동 정황이 확인됐지만, 최초 발포를 지시한 대대장과 최종 명령 체계는 특정되지 못했다.
1995년 5·18특별법 제정 뒤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핵심 14명이 반란과 내란죄로 처벌됐지만, 현장 지휘관과 직접 사격에 가담한 인원의 개별 형사 책임은 대부분 다뤄지지 않았다. 주남마을 버스 총격과 광주교도소 주변 사격 같은 민간인 학살도 직접 가담자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다. 제한적인 단죄와 이른 특별사면, 장기간 미완으로 남은 책임 규명은 최근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응원’ 사태를 통해 역사 인식의 과제를 다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