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일본 의대, 어린이·환자에 동물혈액 실험
핵심 요약
전시 일본 의과대학들이 입원 환자에게 장기 보존 혈액과 동물의 피를 주입한 기록이 확인됐다. 골수염을 앓던 9세 어린이는 보존 혈장을 투여받은 직후 숨졌고, 말의 피를 수혈받은 환자들의 사망 사례도 드러났다. 일본 육군 연구회에서도 23명을 대상으로 한 이종 수혈 등의 인체 실험 결과가 공유됐다.
중일전쟁 개전 전부터 태평양전쟁 기간까지 일본 의과대학들이 입원 환자에게 장기 보존 혈액과 혈액형이 다른 피, 동물의 피를 주입하는 인체 실험을 벌인 기록이 확인됐다. 실험 대상에는 골수염을 앓던 9세 남자아이도 포함됐으며, 아이는 21일 동안 보존한 혈장을 투여받은 직후 숨졌다.
당시 의학지와 논문을 분석한 조사에서는 교토부립의대와 규슈제국대, 구마모토의대 등이 환자를 실험에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뇌 수술을 받은 남성에게 말의 피를 수혈해 사망하게 한 사례와 중국 난징의 병원에서 말의 보존혈을 주입한 뒤 환자가 숨진 사례가 기록됐다. 교토부립의대에서는 건조한 혈액을 환자 몸에 넣기도 했다.
이종 수혈 실험은 일본 육군의 공식 연구회에서도 다뤄졌다. 육군군의단 기관지에는 1940년 3월 열린 회의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23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가 공유됐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말·개·양·닭의 피를 주입하거나 목의 혈류를 인위적으로 막은 뒤 혈청을 투여하는 등 치료와 직접 관련이 없는 방식도 사용됐다. 일본 군부가 패전 당시 관련 증거를 없애려 한 흔적도 확인됐다.
자료를 분석한 요시나카 타케시 교토대학교 의학부 임상교수는 치료법 개발 목적이 일부 있었을 가능성과 함께, 혈액 확보가 어려운 전장에서 오래 보존한 혈액이나 동물 혈액으로 부상자를 치료할 방법을 찾으려 했던 실험으로 판단했다. 동시에 전쟁이 비윤리적 인체 실험을 가로막던 장벽을 낮춘 것으로 분석했다. 확인된 기록은 환자의 나이와 상태를 가리지 않고 전시 의료 연구가 진행된 실태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