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수혈 연구 뒤에 숨은 일본 의대 인체실험
핵심 요약
일본 군 당국과 주요 의과대학이 전쟁 중 환자들에게 동물 혈액과 부적합 혈액을 주입했다. 실험 대상에는 중국인과 일본 민간인, 어린이가 포함됐으며 사망 사례도 확인됐다. 군 기록에는 신원 미상의 환자 23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내용이 남아 있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군 당국과 주요 의과대학이 어린이를 포함한 환자들에게 동물의 피와 혈액형이 맞지 않는 혈액을 주입하는 인체실험을 조직적으로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전장에서 사용할 대체 혈액을 확보하고 군의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진행된 실험에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이어졌고, 여러 대상자가 목숨을 잃었다.
교토대 의학부 임상교수 요시나카 다케시 연구팀이 당시 의학 학술지 논문과 군 기록을 검증한 결과, 교토부립의대와 규슈제국대·구마모토의대 등이 실험에 참여했다. 의료진은 장기간 저장한 보존혈과 혈액형이 다른 이형혈, 수분을 없앤 건조혈뿐 아니라 말·소·염소·양·닭에서 채취한 이종혈까지 환자에게 직접 투여했다.
대상자는 점령지의 중국인에 그치지 않고 일본 민간인과 어린이까지 포함됐다. 구마모토의대에서는 뇌 수술을 받은 남성이 말의 혈액을 수혈받은 뒤 숨졌으며, 골수염으로 입원한 9세 남아도 21일 동안 보존된 혈장을 투여받은 직후 사망했다. 일본 대학 연구진이 점령지 난징의 병원에서 환자에게 말의 피를 주입해 숨지게 한 사례도 확인됐다.
최근 공개된 1938년 일본 육군 조직 자료와 1940년 육군군진의약학연구회 기록에는 도쿄 군의학교 교관 등이 신원 미상의 환자 23명에게 말·양·개 등의 혈액을 주입한 내용이 담겼다. 닭의 피를 투여한 뒤 적혈구가 얼마나 남는지 관찰한 실험도 있었다. 기록에 환자로 적힌 사람들은 중국 현지 민간인이나 포로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요시나카 교수는 치료법 개발과 전쟁 협력이 결합하면서 의료진의 심리적·윤리적 장벽이 무너진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