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론, 한반도에선 실익도 안전도 없다
핵심 요약
미국 전술핵의 국내 재배치는 한국의 요구가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과 운용 판단에 달려 있다. 현재의 항공기 투하 방식과 전략적 유연성을 고려하면 한반도 고정 배치의 실익은 제한적이다. 인구 밀도가 높은 한반도에서는 전술핵도 막대한 인명 피해와 방사능 낙진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의 소형 전술핵 운용 논의가 국내 재배치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배치 여부는 한국 정부의 요청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과 운용 방식에 좌우된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8일 미국이 전술핵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전략적 득실을 고려하면 주한미군 기지에 전술핵을 다시 둘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 미국은 B61-12 전술핵폭탄을 B-2 전략폭격기와 F-35 등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파괴력은 0.3㏏부터 50㏏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1㏏은 티엔티 1천t의 폭발력에 해당한다. 이를 한국에 고정 배치하면 해당 기지는 북한의 1차 공격 목표가 되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도 예상된다. 반면 괌이나 미국 본토에 두면 역내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핵무장 전략폭격기는 2~3시간 안에 한반도에 도착할 수 있다.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도 미국의 전략 변화 속에서 이뤄졌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91년 9월28일 소련 해체 과정에서 핵무기가 불량국가로 흘러갈 가능성을 우려해 전 세계에 배치된 전술핵의 철수와 폐기를 선언했다. 미국이 국외 핵무기를 본토로 거둬들이고 소련에도 같은 조처를 압박하면서, 1950년대 이후 한국에 배치됐던 전술핵도 철수됐다. 당시 약 100개 가운데 포병용 핵폭탄 40개가 포함돼 고정 배치의 군사적 배경이 있었지만 지금은 운용 체계가 달라졌다.
전술핵을 파괴력을 낮춘 실전용 무기로 보는 인식도 한반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국토가 좁고 대도시 인구가 밀집한 데다 서울이 휴전선과 가까워 북한 지역에서 핵무기가 폭발해도 방사능 낙진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 국방위협감소국은 2005년 서울 용산에서 20㏏ 핵폭탄이 폭발하면 약 113만명이 숨지고 전체 사상자가 275만명에 이를 것으로 계산했다. 히로시마 15㏏, 나가사키 21㏏ 원자폭탄도 미국식 분류로는 전술핵에 해당하며, 1945년 12월까지 두 도시에서 각각 약 14만명과 7만4천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