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보상금 노린 결혼 사기, 러시아서 잇따라
핵심 요약
러시아에서 전사자 보상금을 노리고 입대 예정자와 혼인하는 사기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각종 지급금을 합친 유족 보상액은 1300만루블을 넘으며 배우자가 수령 우선권을 갖는다. 법원이 처음으로 관련 혼인을 무효화한 가운데 최고 징역 10년의 처벌 법안도 제출됐다.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자의 사망 보상금을 가로채려는 위장 결혼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현지에서 이른바 ‘검은 과부’로 불리는 여성들은 입대를 앞둔 남성과 혼인해 법적 배우자 지위를 얻은 뒤 전사 보상금을 차지하는 수법을 쓴다. 러시아군 전사자의 직계 가족에게 지급되는 일시금은 최소 500만루블, 약 1억300만원이며 배우자는 수령 순위에서 가장 앞선다.
대통령령에 따른 일시금과 국영 보험사 지급금, 지방정부 보상금을 합친 실제 유족 보상액은 1300만루블, 약 2억6900만원을 넘는다. 니즈네바르톱스크에서는 한 여성이 남성 4명과 차례로 결혼한 뒤 이들이 모두 전사하자 1500만루블, 약 3억1000만원을 챙긴 사건도 발생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59세 남성이 22세 연하 여성과 혼인 신고를 한 지 이틀 만에 입대해 최전선에서 숨졌고, 딸이 알지 못했던 배우자가 보상금 권리를 확보했다. 남성이 살던 아파트도 이미 팔렸으며 해당 여성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신병의 사기와 전투 동기를 높이겠다며 군인들의 결혼 절차를 간소화했다. 통상적인 대기 기간 없이 혼인 신고를 마칠 수 있게 하고 지방정부가 합동결혼식도 열었다. 이 과정에서 군 병원 간호사가 부상병 5명과 잇따라 결혼해 사망 보상금을 받은 혐의로 해고됐고, 군 관계자와 여성이 공모해 신혼인 병사를 위험 임무에 배치한 뒤 보상금을 나누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전선 배치 신병과의 결혼을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소개한 부동산 중개인은 기소돼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사법부와 정치권도 대응에 착수했다. 브랸스크주 법원은 지난해 여름 전사자와 배우자의 혼인을 보상금 목적의 위장 결혼으로 판단해 무효로 결정했으며, 러시아에서 이런 취지의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자유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8월 위장 결혼을 별도 범죄로 규정하고 최고 징역 10년에 처하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다만 니나 오스타니나 하원 의원은 위장 결혼을 도덕의 문제로 규정하며 법률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처벌 규정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