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 15년 만에 깊어진 니나로 귀환
핵심 요약
전미도가 15년 만에 니나를 다시 맡아 욕망과 불안, 고통의 내면을 새롭게 그린다. 임철수·이동하·우현주·박호산·황영희 등 중견 배우들이 밀도 높은 무대를 구성한다. ‘갈매기’는 오는 31일까지 광진구 티켓링크 1975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극단 창단 20주년을 앞두고 다시 무대에 오른 연극 ‘갈매기’가 전미도의 니나를 중심으로 한층 깊어진 인물의 내면을 펼쳐 보인다. 극단 대표이자 아르까지나 역을 맡은 우현주는 12일 프레스콜에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을 기념 공연으로 선택했으며, 특히 15년 만에 전미도의 니나를 다시 선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극 중 2년의 세월을 훨씬 긴 풍파처럼 표현해야 하는 배역의 특성도 재공연을 결정한 이유가 됐다.
2018년 국립극단 ‘오슬로’ 이후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전미도는 과거 니나의 순수함에 무게를 뒀지만, 이번에는 그 이면의 욕망과 불안, 어두운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두려움을 들여다봤다. 처음에는 나이를 이유로 출연을 망설였으나 현재의 시선으로 인물의 고통을 더 깊게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프리뷰 커튼콜에서 보인 벅찬 모습에는 4막의 감정을 다 풀지 못한 채 퇴장한 여운과 오랜만에 동료들과 연극 무대에 선 감격이 함께 담겼다.
안톤 체호프의 4대 장막극 가운데 하나인 ‘갈매기’는 시골 영지에서 젊은 작가 뜨레쁠레프와 배우 지망생 니나, 유명 배우 아르까지나, 인기 작가 뜨리고린의 엇갈린 사랑과 예술적 갈등을 좇는다. 니나는 뜨레쁠레프의 연극에 출연하지만 뜨리고린을 따라나섰다가 버림받고, 배우로서도 삼류 극단을 전전하며 실패를 겪는다. 그럼에도 비극을 견디며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해 순수함과 예술적 욕망, 고통을 통한 성숙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드러낸다.
임철수가 뜨레쁠레프를, 이동하가 뜨리고린을 맡았고 박호산과 황영희 등 중견 배우들도 합류했다. 15년 전 뜨리고린이었던 박호산은 의사 도른으로 배역을 바꿨으며, 이동하는 자기혐오와 결핍을 지닌 작가의 복합적인 면모를 그린다. 김정은 연출은 익숙한 대사를 자연스럽게 다듬고 비워진 무대의 자연물과 인공물, 배우들의 신체 구도와 거리로 본능과 욕망을 시각화했다. 인물들이 상실과 고통을 거치며 보편적인 인간상으로 변해가는 이번 공연은 오는 31일까지 광진구 티켓링크 1975씨어터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