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물 끊긴 튀니지, 대통령 퇴진 요구 확산
핵심 요약
폭염에 따른 순환 정전과 단수가 튀니지 전역의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비상사태 선포 5년을 맞아 수도 튀니스에서 수천 명이 사이에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권력 집중과 청년 실업, 고물가, 공공서비스 약화가 겹치며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섭씨 45도를 웃도는 이례적 폭염이 이어진 튀니지에서 전력과 물 공급 차질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냉방 수요 급증으로 노후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자 국영 전력회사가 순환 정전에 들어갔고, 일부 지역에서는 단수까지 발생했다. 청년 시위대는 도로를 막고 타이어를 태우며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과 정부에 항의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5년이 된 지난달 25일 수도 튀니스에서는 수천 명이 참여한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전기와 물은 사라지고 감옥과 물가 상승만 남았다며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정치적 반대 세력과 야권 인사 수십 명이 장기 복역형으로 수감된 상황에서 정전과 단수는 누적된 정치·경제적 불만을 거리로 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2011년 아랍의 봄 발원지인 튀니지는 23년간 집권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을 축출한 뒤 아랍권에서 민주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았다. 정치 혼란과 경제 침체 속에서 법학 교수 출신 사이에드는 2019년 대선에서 구원자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2021년 비상사태 선포 뒤 입법부와 사법부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키고, 이듬해 개헌으로 군 통수권과 내각 수반·판사 임명권, 의회 해산권을 대통령에게 집중시켰다. 대통령이 임명한 내각에는 의회 신임 절차도 적용되지 않았다.
사이에드는 2024년 대선에서 90.7%를 득표해 재선됐지만 투표율은 28.8%로 아랍의 봄 이후 대선 중 가장 낮았다. 청년 실업률이 37%를 웃돌고 식료품을 중심으로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공서비스 약화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대통령은 사보타주 가능성을 제기하며 전력·수도 담당 공무원 조사에 착수했다. 반면 노동조합과 전문가들은 장기간의 투자 부족과 재정난을 공급 중단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며 국가 기능의 전반적 쇠퇴가 드러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