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요 뒤편, 송전망과 지역 부담 둘러싼 논쟁
핵심 요약
용인 반도체 산단 전력 공급을 위해 8개 시·도에 송전탑을 세우는 계획이 주민 논쟁을 낳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단축과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의 허가 간주 조항도 숙의와 참여 부족 문제를 제기한다. 삼척 주민투표 사례를 바탕으로 송전망과 발전 시설의 영향에 대한 시민 공론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력망과 발전 시설이 농촌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들어설 계획이 함께 논란이 되고 있다. 용인에 전기를 보내려면 전남·전북·충남·충북·세종·대전·경북·강원에 송전탑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은 물과 땅, 경관에 미칠 영향을 따져볼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전국 각지에서 송전선로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가운데, 도시 구간은 땅속에 묻고 농촌에는 높이 50~60m 철탑을 세운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밀양에서는 핵발전소 전력을 보내는 765kV 송전탑을 두고 장기간 갈등이 이어졌다. 2014년 6월 경찰 2,000여 명이 산 위 농성 움막을 철거했고, 보상금을 둘러싸고 이웃 주민 사이가 갈라지기도 했다. 송전탑 건설 10년 뒤인 2024년에도 한전과 합의하지 않은 주민들이 남아 있었다.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려는 정부 조치도 쟁점이다.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 기간 단축을 주문했고,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에는 정해진 기간 내 허가를 거부하지 않으면 허가한 것으로 보는 조항이 담겼다. 하승수는 정부 국정과제에 ‘숙의’가 열 차례 등장하지만 대형 사업 결정 과정에는 주민 참여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추진 방식이 환경영향평가를 형식화한 4대강 사업과 닮았다고 말했다.
주민 의사를 묻는 절차가 사업의 향방을 바꾼 사례로는 삼척이 있다. 2010년 시장이 주민 동의 없이 핵발전소 유치를 신청했지만, 2014년 주민들이 자체 투표를 열어 참여자의 84.97%가 반대했고 발전소는 건설되지 않았다. 하승수는 용인 반도체 산단과 대형 사업을 공론화해 송전망 위험, 용인에 들어설 LNG 발전소 6기의 온실가스 영향, 해외 기업에 제공할 AI 데이터센터 필요성을 시민이 함께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과 전기, 땅을 내줄 지역 주민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