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늘었지만 기존 아파트 안전기준은 공백
핵심 요약
청라 화재 피해 아파트는 충전구역과 대응 장비를 보강했지만 기존 공동주택을 위한 최소 안전 기준은 불분명하다. 강화된 스프링클러 기준은 신축 중심으로 적용돼 2020년 이전 준공된 공동주택 1만8660개 단지는 대부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기차가 109만대를 넘어선 가운데 설비 성능과 비용 분담 원칙의 공백이 단지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8월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는 복구 과정에서 지하 충전구역을 외기에 접한 공간으로 모으고 소화기와 질식소화포, 고체 에어로졸 소화장치를 갖췄다. 벽 부착형 완속 충전기 116기도 운영 중이다. 당시 불로 차량 959대가 타거나 그을렸고 주민 23명이 연기를 마셨으며, 단전과 단수로 주민들이 임시 거처에 머물렀다. 사고 현장은 일상을 되찾았지만 전국 기존 공동주택의 안전 기준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올해 3월 1일부터 새 화재안전성능기준을 적용받는 건축물의 지하주차장에는 원칙적으로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구역에는 방호 반경 2.1m 이내에 조기반응형 헤드를 두도록 했다. 그러나 새 규정은 기존 건축물에 소급되지 않는다. 공동주택 1만8660개 단지, 전체의 86.1%가 2020년 이전 준공돼 대부분 강화 기준에서 빠진다. 노후 지하주차장의 배관과 설비를 전면 보강하려면 큰 비용이 들고, 지상 주차장이 없는 단지는 충전시설 이전도 쉽지 않다.
질식소화포와 상방향 직수장치, 열화상카메라, 고체 에어로졸 장치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설치 조건과 사용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비용의 50~70%를 지원하고 있으나 한도는 수백만원부터 5000만원까지 제각각이며 자부담도 남는다.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에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과 주민 동의가 필요해 효과와 비용을 둘러싼 이견이 생기면 설치가 중단되기도 한다. 기존 단지에 필요한 장비 종류와 최소 성능을 정한 통일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은 올해 6월 말 109만5218대에 이르렀고, 상반기 신차 판매의 23.3%를 차지했다. 충전기는 약 50만기이며 올해 상반기 전기차 화재는 73건으로 지난해 전체 98건의 74% 수준이다.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재산 피해는 약 1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단지는 지하 충전구역을 폐쇄하거나 지상 이전을 추진하지만 공간이 없는 곳도 많다. 지하 이용을 일률적으로 막는 법적 규정과 주민 요구를 조정할 기준이 모두 없는 상황에서, 최소 안전설비와 장비 성능 및 비용 분담 원칙 마련이 핵심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