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고압 송전망 갈등, 대통령 답변 요구
핵심 요약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전력 공급을 위한 초고압 송전망 계획에 비수도권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34만5000V 송전선 총길이는 2038년까지 2023년의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날 계획이다. 주민들은 해남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해 8월20일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 답변을 요구할 예정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전력 공급을 위해 추진되는 대규모 초고압 송전망을 둘러싸고 비수도권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전남·전북·충남·충북·대전·세종·경북·강원 곳곳에 34만5000V 송전선이 계획된 가운데, 주민대책위들은 사업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정책 결정에 반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7월30일 전남 해남에서 행진을 시작해 송전선 예정 경로를 거쳐 8월20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답변을 들을 계획이다.
2023년 3월15일 발표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는 원전 10기 규모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다. 이후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신규 34만5000V 송전선 35개와 같은 전압의 변전소 24개가 포함됐다. 정부와 한전의 계획상 34만5000V 송전선 총길이는 2023년 9994C-㎞에서 2038년 1만9284C-㎞로 늘어난다. 이 송전선은 지역 내 계통연계가 아닌 장거리 전력 수송에 쓰이며, 76만5000V 송전선의 추가 건설이 중단된 현재 교류 방식 가운데 전압이 가장 높다.
주민들의 우려에는 밀양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남은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신고리 원전단지에서 출발하는 76만5000V 송전선이 경남 밀양 북부 산골 마을을 지나도록 추진되자 고령 주민들은 산에서 나무를 끌어안고 공사를 막았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농민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당시 정부는 수천 명의 경찰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다. 한전이 지급한 특별지원금은 마을 내부의 갈등을 키웠고, 주민들이 서로 왕래하지 않을 정도로 갈라진 공동체의 상처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전북 타운홀 미팅에서 초고압 송전선으로 외부에 전력을 보내는 방식을 원시적이라고 지적하고, 생산지에서 전력을 소비하는 ‘지산지소’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주민대책위들은 기존 송전망 계획과 용인 산단 추진이 계속되는 현실이 이런 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전국행동은 8월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날 일부 주민만 참석한 간담회를 송전선 추진 방침 발표에 활용했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용인 산단 재검토 여부와 비수도권의 송전탑 부담에 관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