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 범위 기준 두고 대통령·노동장관 이견
핵심 요약
이재명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의 쟁의 대상 기준을 하위 법령으로 구체화하라고 다시 지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률상 위임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나타냈다. 경영 결정과 노동쟁의의 경계를 명확히 하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개정 노동조합법인 노란봉투법의 쟁의 대상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21일에 이어 두 번째 주문이다. 김 장관은 모법에 위임 규정이 없고 필요한 행정해석도 이미 제시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대통령은 행정해석은 의견에 그친다는 취지로 재검토를 요구했다.
논란의 핵심은 법이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을 쟁의 대상으로 포함한 데 있다. 삼성전자가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면 인력 전환 배치와 채용이 뒤따를 수 있어 노조가 공장 설립을 교섭 사안으로 제기할 여지가 생긴다. 로봇이나 인공지능 도입도 근로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주요 경영 결정과 노동쟁의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도 쟁의 범위 논쟁과 맞물려 있다. 대법원은 올해 1월 성과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 가능성을 제기한 끝에 ‘N% 성과급’을 확보했다. 법 제정 전부터 쟁의 대상의 구체적인 범위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으나 국회는 기준을 담지 않았고, 하위 법령에 이를 정하도록 하는 위임 조항도 별도로 두지 않았다.
쟁의 대상의 범위는 노조와 기업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행령이나 시행규칙만으로 기준을 설정할 경우 법적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통령은 하위 법령을 통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안을 주문했지만, 노동부는 위임 근거가 없다는 점을 난점으로 보고 있다. 국회가 법률을 개정해 쟁의 대상의 기준과 범위를 직접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