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확대 나선 일본, 통화정책 놓고 미국과 엇박자
핵심 요약
일본 총리가 장기금리 상승에 대비해 일본은행에 추가 국채 매입을 요청했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1.0%로 올리면서 예정됐던 국채 매입 축소를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은 엔화 약세를 막으려면 일본이 저금리와 재정 확대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에게 장기금리가 급등할 경우 국채 매입을 늘려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일본 정부는 전략산업 투자와 방위비 확대를 추진하며 중앙은행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은 추가 금리 인상과 재정 기조 전환을 요구해 양국의 정책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5월 22일 총리관저에서 우에다 총재를 만나 내각의 정책 방향을 고려한 금융정책을 주문했다. 우에다 총재는 시장 반응을 살펴야 한다면서도 필요한 상황에는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행은 3주 뒤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올리는 동시에 내년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국채 매입 축소를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총리와의 회동은 이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17개 전략산업에서 370조엔, 약 3350조원 규모의 민관 투자를 유도하고 방위비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국채 발행이 늘면 공급 증가로 장기금리가 상승해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총리 측에서는 금리 인상을 받아들이는 대신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계획을 조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장기금리가 추가 상승하면 매입 확대 요구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환율 개입만으로 엔화 약세의 흐름을 돌리기 어렵다며 일본의 저금리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동시에 견제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환율의 방향은 결국 정책이 바꾼다는 입장을 밝히고 일본은행의 추가 조치에 힘을 실었다. 미국과 일본의 공동 개입 뒤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55엔까지 내려갔으나 4일 뉴욕시장에서는 158엔대로 다시 올랐다. 총리가 구체적인 통화정책 수단에 관여한 만큼 일본은행의 독립성과 정부 부채의 화폐화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