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품은 가족, 행복의 방향을 다시 세우다
핵심 요약
20년 넘게 장애 아동을 돌본 치료사는 두 돌 전 자신의 아이에게서 발달의 차이를 발견했다. 부부는 필요한 재활과 아이다운 일상을 병행하며 각자의 삶도 확장하기로 했다. 고양자유학교에서 쌓은 관계와 추억은 가족이 미래의 불안을 견디는 힘이 되고 있다.
20년 넘게 장애 아동과 가족을 만나 온 치료사는 자신의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 발달의 차이를 알아차렸다. 오랜 현장 경험은 아이가 다른 성장 경로에 놓였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비슷한 사례로 만났던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예상되는 어려움을 떠올리며 밤을 지새웠고, 우울감 속에서도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전환점은 비눗방울을 보며 웃고, 아빠와 동요를 주고받으며, 서툰 걸음으로 세상을 향하는 아이의 현재를 바라본 순간이었다. 부부는 걱정과 슬픔을 외면하지 않은 채 장애를 반드시 극복의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 가족이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삶의 질문은 ‘어떻게 살지’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로 바뀌었고, 부부는 서로의 고유한 모습대로 행복하게 살자는 방향을 정했다.
가족은 아이의 발달을 서둘러 개선하려고 마련했던 치료실과 병원 목록을 대부분 접고, 필요한 만큼의 재활 교육과 세 돌 아이에게 맞는 일상을 선택했다. 아이는 땅을 밟고 물을 튀기며 좋아하는 버스와 기차를 탔고, 가족은 규칙적으로 먹고 자며 서로의 체온과 마음을 나누는 데 시간을 썼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원했던 공부를 시작했으며, 어머니도 오래 다닌 직장을 떠나 새 일자리를 찾고 책과 강의를 가까이했다. 아이 때문에 삶을 포기하기보다 각자가 미뤄 온 삶을 확장하는 선택이었다.
첫 학교를 정할 때도 가족은 설명회에 참석하고 인근 주거지를 살피며 통학 버스를 직접 타보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선택한 고양자유학교에서 아이는 한 학기 동안 교사와 형·누나, 친구와 부모들의 이름과 별명을 익히며 새로운 추억을 쌓았다. 아이는 학교와 친구들을 향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으며, 부모는 그곳에서 받은 환대와 배려의 기억이 앞으로 어려운 순간을 견디는 힘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가족이 함께 채운 추억은 아직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눌러 주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