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둥지로 돌아온 희귀 적색형 소쩍새
핵심 요약
강릉 도심 외곽 자작나무 둥지에서 희귀한 적색형 소쩍새가 올해도 확인됐다. 도로 가까이에 있는 둥지의 노출과 번식 방해를 막기 위해 관찰은 해마다 한두 차례로 제한됐다. 수년째 같은 보금자리를 찾은 소쩍새를 확인한 뒤 내년의 조용한 재회를 기약했다.
강릉 도심 외곽의 소나무 숲과 맞닿은 도로변에서 천연기념물 제324-6호 소쩍새가 올해도 자작나무 둥지를 찾은 모습이 확인됐다. 하얀 수피의 작은 구멍 안에서는 붉은 깃털과 귀깃, 동그랗고 맑은 두 눈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주로 관찰되는 회갈색이나 잿빛 개체와 달리, 이 소쩍새는 전체 개체군에서 비율이 높지 않은 적색형이다.
800㎜ 망원렌즈로 거리를 둔 채 둥지를 살피자 바람에 흔들리는 녹색 잎 사이로 소쩍새의 얼굴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붉은 깃털은 흰 자작나무 껍질과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해마다 한두 차례만 이곳을 방문해 서식 여부를 확인해온 탓에 지금까지 소쩍새의 몸 전체를 본 적은 없지만, 올해 관찰에서는 붉은 깃털과 귀깃이 둥지 밖으로 살짝 드러났다.
이 보금자리는 수년 전 탐조 활동을 하는 지인을 통해 알려진 곳이다. 주변은 한적한 편이지만 바로 옆 도로로 차량이 드문드문 지나가 장시간 주차하거나 위장막을 설치하면 둥지 위치가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번식기와 새끼를 기르는 육추기의 새는 사람의 잦은 접근에 민감하며, 심한 방해를 받으면 둥지나 새끼를 두고 떠날 위험도 있다.
관찰은 소쩍새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매년 한두 차례 존재만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빈 둥지만 살핀 해도 있었고,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민 모습을 본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난 해도 있었다. 농약 오남용과 산림 훼손으로 조류가 쉴 공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올해도 같은 둥지를 이용하는 모습은 수년째 생명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찰자는 숲의 평온을 지키기 위해 다시 거리를 두고 내년의 재회를 기다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