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 전 아동도 실질 보호 땐 원장 책임
핵심 요약
입소 상담 중이던 한 살배기가 어린이집 조리실의 뜨거운 육개장 냄비에 빠져 화상을 입었다. 대법원은 입소 완료 여부가 아닌 실질적인 보호 의무 인수를 책임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담당 교사를 지정하지 않은 원장의 과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파기했다.
입소 상담을 받으러 어린이집에 온 한 살배기가 뜨거운 육개장 냄비에 빠져 화상을 입은 사건에서 어린이집 원장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원장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정식 입소를 마치지 않았더라도 어린이집이 아동의 보호 의무를 실질적으로 넘겨받았다면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다.
사고는 2023년 5월 충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했다. B군이 상담 중 원장실 밖으로 나가려 하자 A씨는 어린이집 내부를 자유롭게 살펴보도록 하자고 보호자에게 제안했다. 이후 A씨는 B군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수업 중인 보육교사들에게 돌봐 달라고 말한 뒤 상담을 계속했다. 혼자 돌아다니던 B군은 잠기지 않은 조리실에 들어갔고, 바닥에 놓인 뚜껑 없는 육개장 냄비 주변에서 넘어져 몸이 빠지면서 화상을 입었다.
검찰은 A씨가 아이를 맡을 특정 보육교사를 정하지 않은 채 여러 교사에게 막연히 보호를 요청했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냄비를 바닥에 둔 조리사와 조리실 문을 잠그지 않은 보육교사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세 사람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입소 절차가 끝나지 않은 아동에게 담당 교사를 배치할 의무가 없고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조리사와 보육교사에게 있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입소 절차의 완료 여부가 아니라 어린이집이 보호 의무를 실제로 인수했는지를 보호 대상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A씨가 B군을 보호자에게서 넘겨받아 원장실 밖으로 데리고 나간 시점부터 어린이집의 보호 대상이 됐다고 봤다. 한 살배기를 혼자 내보내려면 특정 교사를 지정하는 등 실질적인 관찰과 보호가 가능하도록 조치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리사와 보육교사의 과실이 함께 작용했어도 원장의 주의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 인과관계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봤다. 조리사와 보육교사는 1심에서 각각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