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형태에 새겨진 디자인의 역사
핵심 요약
‘디자인 뮤지엄’은 일상 사물의 형태가 인간의 필요와 욕망 속에서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한다. 조명 갓과 관절형 램프는 빛의 세기와 방향을 통제하려는 요구에서 발전했다. 사무실의 책상과 파티션도 노동 관리와 소통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의 책 ‘디자인 뮤지엄’은 인간이 삶을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자연과 사물을 바꿔 온 과정을 한 편의 기획전시처럼 구성한다. ‘살다’, ‘다루다’, ‘기록하다’, ‘보다’를 주제로 마련한 네 개의 전시실에서 부엌과 욕실, 요리 도구, 자동차, 영상·음향기기, 글꼴, 포스터, 픽토그램, 로고가 오늘의 모습에 이른 경로를 살핀다.
조명의 변화는 기능과 형태가 맞물리는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횃불에서 시작한 인공 빛은 전력 기반시설의 보급을 거치며 특권층의 소유물에서 누구나 이용하는 생활 요소로 바뀌었다. 전구가 지나치게 밝고 날카로운 빛을 내자 광원을 드러내던 방식 대신 이를 가리고 누그러뜨리는 갓이 중요해졌다. 종이의 주름, 유리의 색, 섬유의 자수, 금속의 구멍은 빛을 조절하면서 장식 역할도 맡았다.
덴마크 디자이너 폴 헤닝센의 PH 시리즈는 각도와 광량을 고려한 여러 겹의 갓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빛을 구현했다. 1932년 등장한 앵글포이즈는 사람의 팔처럼 꺾이는 구조로 원하는 곳에 빛을 집중시키며 현대 관절형 램프의 출발점이 됐다. 자동차 서스펜션 엔지니어였던 영국의 조지 카워딘이 작업용으로 설계해 스프링과 부속 장치를 숨기지 않은 점도 형태가 사용 환경에서 비롯됐음을 드러낸다.
사무실 역시 경영 방식의 변화를 공간에 새겼다. 노동자를 감시하고 효율을 높이려는 테일러리즘은 상판 아래에 소수의 서랍만 둔 책상과 줄지은 배치를 표준으로 만들었다. 이후 지식 노동자의 소통과 공유, 유연한 개인 공간을 강조한 액션 오피스에서 파티션이 나왔지만 폐쇄적인 ‘닭장’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최근 사무 공간이 파티션을 걷어내고 개방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배경이다. 책은 모더니즘의 핵심을 값이 지나치게 비싸지 않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성’에서 찾으며, 일상의 풍경을 더 많은 사람이 좋은 것을 누리게 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