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파고든 혐오 표현, 교육·사회 대응 본격화
핵심 요약
배재고의 5·18 조롱 응원 사태가 사과와 용서로 마무리됐다. 교육기관들은 역사·시민교육 강화와 혐오 표현 대응 지침 마련에 나섰다. 일상화된 혐오가 차별과 폭력으로 확장되지 않도록 사회적 민감성을 높여야 한다.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사태는 학교의 사과와 광주일고의 용서로 일단락됐다.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논란이 본질에서 벗어나기도 했지만, 광주일고 교장은 고개 숙인 배재고 구성원들에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일은 청소년이 사용하는 혐오 표현과 역사 인식의 문제를 사회적 과제로 다시 드러냈다.
교육기관들은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근현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기로 의결하고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 마련을 추진한다. 서울시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 과목의 인정교과서 개발에 나섰으며, 교육부도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혐오·차별 표현 대응 지침을 시도교육청에 배포할 예정이다.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교육으로 강화하려는 조치다.
학교 안팎에서는 특정 정치인이나 지역을 조롱하고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말이 청소년의 일상 언어처럼 번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숏폼 콘텐츠를 통해 유행어와 밈의 형태로 소비되면서 혐오 표현을 사용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역사적 사실을 몰라서 생긴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혐오의 의미를 알면서도 재미로 소비하는 대중화와 그에 무뎌진 감각이 핵심 문제로 지목된다.
혐오는 취향이나 의견에 대한 비판과 달리 개인이나 집단이 선택하기 어려운 정체성을 이유로 존재 가치를 훼손한다. ‘혐오의 피라미드’는 부정적 고정관념인 편견이 조롱·모욕·따돌림 같은 행위로 이어지고, 기회 박탈을 수반하는 차별과 협박·폭행·성추행·살인 등의 증오범죄를 거쳐 극단적으로 집단학살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혐오가 사회적 신뢰와 연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타인의 존엄과 고통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민감성을 키우는 일이 교육과 사회 모두의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