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성우 목소리 노린 AI 복제…공식 음성화로 맞선다
핵심 요약
일본 성우의 목소리를 무단 복제한 AI 콘텐츠가 성적 표현과 사기·종교 권유에 악용되고 있다. 일부 성우는 권리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공식 AI 음성 모델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업계와 정부가 인증·추적 체계와 법적 책임을 검토하고 있지만 명확한 법률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인기 성우의 목소리를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복제해 성적 대사를 만들거나 사기와 종교 권유에 이용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이카리 신지를 연기한 오가타 메구미도 약 2년 전 자신이 하지 않은 성적 발언과 임의로 변형된 출연작 영상이 온라인에 유통된 사실을 확인했다. 성우가 공들여 구축한 캐릭터와 목소리가 동의 없이 소비되면서 업계의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새로운 합성 영상은 하루 100∼200건씩 게시돼 개별 삭제 요청이나 소송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게시물이 빠르게 사라지는 데다 해외 플랫폼과 익명 계정이 활용돼 제작자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캐릭터 음성에는 성우뿐 아니라 제작위원회와 원작자 등 여러 권리가 얽혀 있어 개인의 퍼블리시티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쓰다 겐지로는 지난해 무단 음성 영상의 삭제를 요구하며 틱톡 운영사를 상대로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일부 성우는 통제 가능한 공식 AI 음성을 직접 내놓고 있다. ‘루팡 3세’와 ‘스타워즈’ 일본어 더빙으로 알려진 나미카와 다이스케는 일본 IT기업과 제휴해 1년 넘게 음성을 녹음하고 감정, 호흡, 말투까지 구현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수익은 성우와 소속사, 기술기업 등 권리자에게 배분된다. 카지 유우키도 2023년 합성음성 소프트웨어와 AI 캐릭터 ‘소요기 프랙탈’을 공개한 데 이어 4월 운영회사를 설립해 공식 모델을 활용한 시장 조성에 나섰다.
공동 대응과 제도 정비도 진행 중이다. 일본배우연합은 지난해 11월 이토추상사와 성우·배우 음성 데이터베이스 구축 계획을 발표했으며, 전자 워터마크와 성문 인증으로 정식 음성과 무단 합성물을 구분하고 유통 경로를 추적할 방침이다. 경제산업성은 2025년 퍼블리시티권이 성우 목소리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자료를 공개했고, 법무성은 4월부터 전문가 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명확한 법률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일반인까지 음성 무단 이용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