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기 훼손 처벌 시작…표현의 자유 충돌
핵심 요약
일본이 일장기의 공개 훼손 등에 최대 2년의 구금형을 부과하는 법률을 시행했다. 처벌 기준의 모호성과 표현·사상의 자유 침해 가능성을 둘러싼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거리 집회와 온라인 국기훼손 챌린지가 확산하며 법 시행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 일장기를 공개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이 13일 시행됐다. 지난달 17일 국회를 통과한 ‘국기의 훼손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다른 사람에게 현저한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국기를 훼손·제거·오염한 경우 2년 이하 구금형이나 20만 엔, 약 177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법안 제출 의원들은 공원이나 공공도로에서 일장기를 세게 밟아 진흙투성이로 만들거나, 훼손 장면을 촬영해 소셜미디어로 생중계하는 행위를 처벌 사례로 제시했다. 애니메이션이나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영상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행 전인 2025년 7월 도쿄 미나토구 참의원 선거 거리연설회장에서는 항의 의미로 X 표시를 한 일장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법 제정은 극우 성향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가 주도했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핵심 정책으로 추진했다. 야당은 불쾌감과 혐오감이 주관적이어서 처벌 기준이 모호하고 실제 공개 훼손 사례도 극히 드물다며 반대했지만, 연립여당은 의석 우위를 토대로 법안을 처리했다. 헌법학계에서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을 제기했고, 법 통과 직후 헌법학자 199명이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시행을 전후해 거리에서는 반대 집회가 열렸고 온라인에서는 일장기를 자르거나 ‘인종차별주의자는 바보’ 같은 정치적 문구를 넣은 영상을 게시하는 ‘국기훼손 챌린지’가 확산했다.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 책임과 일장기를 둘러싼 부정적 인식, 여권의 극우화에 대한 반감이 논란을 키우는 배경으로 꼽힌다. 오구치 아키히코 변호사는 전쟁 책임이나 현 정권을 비판하려 국기를 훼손한 사람을 정치범으로 처벌할 수 있어 대중운동과 언론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대한민국 모욕을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하면 5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