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불교문학으로 되짚은 월인천강지곡의 가치
핵심 요약
월인 콘퍼런스 2026에서 월인천강지곡의 세계문학사적 가치와 유네스코 등재 가능성이 집중 조명됐다. 월인천강지곡은 인도 불교 서사를 한글과 한국의 시 형식으로 창조적으로 변용한 아시아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평가됐다. 인도의 한국어 열풍을 고전 문학과 공동 연구로 확장하기 위한 번역·교재·학술 협력 과제도 제시됐다.
지난 7월 22일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 열린 ‘월인 콘퍼런스 2026’에 300명이 넘는 청중이 참석해 ‘월인천강지곡’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국제 발표자로 나선 인도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한국어학과 니르자 사마즈달 교수는 이 작품을 인도 불교 문학의 흐름 속에서 분석하며 세계문학사적 가치를 조명했다.
사마즈달 교수는 ‘월인천강지곡’과 기원후 1~2세기 아슈바고샤가 지은 산스크리트 서사시 ‘불소행찬’을 함께 살폈다. 두 작품 모두 붓다의 탄생과 출가, 깨달음, 전법과 자비를 다루지만, ‘불소행찬’이 교육받은 독자를 위한 궁정 서사시인 데 비해 ‘월인천강지곡’은 새로 만든 한글로 평범한 조선 사람에게 붓다의 생애를 전한 신앙 찬가라는 차이가 있다. 하나의 달이 수많은 강물에 비치는 형상은 법신과 인드라망의 상호 연결성을 드러내며, 인도에서 시작된 영적 비전이 한국의 시 형식으로 변용된 과정을 보여준다.
왕위를 떠난 붓다를 한 나라의 임금이 찬미했다는 점에서는 세종과 인도 아소카 황제의 접점도 제시됐다. 칼링가 전쟁 뒤 다르마를 통치 원리로 삼고 불교 보존과 전파에 힘쓴 아소카처럼, 세종은 조정의 자원과 한글을 활용해 가르침과 문자 생활을 소수 엘리트 밖으로 넓혔다.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가 한반도에 이르고, 8세기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거쳐 15세기 조선의 독자적 문학으로 이어진 흐름은 ‘월인천강지곡’이 아시아의 공유 문화유산임을 뒷받침한다.
인도에서는 한국어 학습 열기도 확산하고 있다. 네루대 한국어학과 입학 경쟁률은 3300대 1을 기록했고,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의 관심은 주인도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으로 이어졌다. 2020년 인도 국가교육정책이 한국어를 고교 제2외국어 권장 과목으로 채택한 데 이어 2025년 주인도한국교육원이 설립됐으며, 현지형 교재 개발과 한국어 교원 양성도 추진되고 있다. 양국의 주요 인도어 번역, 비교문학·공동 연구, 디지털 아카이브와 국제 학술회의는 한류에서 출발한 관심을 고전 문학과 학술 교류로 확장하고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반을 넓힐 과제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