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조위, 재난 대응 매뉴얼 전면 개편 촉구
핵심 요약
이태원 특조위가 31일 정책토론회를 열고 재난 대응 매뉴얼의 현장 실효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매뉴얼 과다와 담당자 전문성 부족, 기관 간 협업 부재를 지적하며 기능별 대응 체계와 공동 책임 체계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유가족들은 안전불감증과 형식주의 극복을 위한 조직 문화 개선과 기본적인 예방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31일 서울 중구 특조위 대강당에서 '재난대응 매뉴얼의 현장 실효성 강화 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형 재난 발생 시 현장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 토론회는 현행 재난 관리 체계와 매뉴얼의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고 실질적인 현장 작동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임상규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관은 우리나라가 위기관리 매뉴얼만 1만5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많은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비상 상황이 터지면 유관 기관 간 협업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관은 지자체 재난 담당자의 평균 근무 기간이 2년 미만에 불과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대응 주체도 파편화돼 있다며, 미국의 재난 관리 체계를 참고해 평시에 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조화하고 재난 시에는 행정안전부가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을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방기성 특조위원은 현재 국가 안전관리 기본계획과 위기관리 매뉴얼 간 수직·수평적 연계성이 전혀 없어 일선 공무원들에게 과부하만 주고 있다며, 미국의 긴급지원기능(ESF)을 본따 재난 유형별이 아닌 기능별 대응 계획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상옥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수의 기초 지자체 재난 담당 인력이 수십 개 매뉴얼을 숙지하고 법적 책임까지 지는 구조는 불가능하다며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공동 책임·공동 성과 평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는 이태원 참사가 매뉴얼이 없어서가 아니라 공무원들의 안전불감증과 보신주의, 형식주의로 인해 사람이 움직이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며 사람과 조직을 움직이게 할 명확한 감사와 조직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0차례가 넘는 신고 전화에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현장 파악을 하지 않은 게 참사의 원인이라며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을 논해도 기본적인 예방 대응이 미흡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송두환 특조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경각심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러한 인식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