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앞두고 다시 읽는 동네의 무게
핵심 요약
올가을 이사를 앞둔 안미옥 시인이 익숙한 동네 풍경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봤다. 골목 고양이와 독특한 간판, 놀이터와 단골 가게들이 일상을 이루는 소중한 장면으로 남았다. 떠나기 전 풍경과 사람을 더 자주 만나고 기억하려는 마음이 커졌다.
올가을 이사를 앞둔 안미옥 시인에게 늘 곁에 있던 동네 풍경이 이전과 다른 무게로 다가오고 있다. 집 앞 골목의 고양이부터 가게 주인과 안부를 나누는 편의점까지, 당연하게 지나쳤던 장소와 만남은 떠날 때가 정해진 뒤 새삼 귀한 일상의 장면으로 자리 잡았다.
골목에서는 코가 하얀 까만 턱시도 고양이를 자주 마주친다. 고양이는 담벼락 위에서 행인을 바라보거나 그늘에 누워 쉬곤 한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는 눈인사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만남 자체는 반갑다. 모습을 볼 수 없는 날에는 어딘가에서 쉬고 있으리라 여기면서도, 무더운 여름이면 걱정이 뒤따른다.
동네에는 한 번도 문이 열린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겨울이면 입구에 하얀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이는 ‘도깨비 공방’이 있다. ‘지구 철거’라는 간판은 이름이 주는 뜻밖의 도약이 흥미로워 시의 소재로 쓰기 위해 따로 메모해뒀다. 크고 작은 놀이터 세 곳과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 함흥냉면집 한 곳도 이곳의 익숙한 풍경이다. 단골 카페 세 곳과 김밥집 두 곳, 사장과 안부를 주고받는 편의점 한 곳도 일상을 채운다.
이사를 의식한 뒤에는 볼 수 있을 때 풍경을 더 살피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더 자주 만나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안 시인은 ‘소중하다’에 쓰이는 한자 ‘중(重)’이 무겁다는 뜻과 귀하다는 뜻을 함께 지닌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금 아끼는 장면들이 시간이 흐른 뒤 사라지는 대신 마음 한편에 무겁게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익숙한 동네와의 작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위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