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원 70년 화업, 전통 미감 품은 유화로 읽다
핵심 요약
이대원의 70년 화업을 조망하는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전통 자수와 나전, 동양화의 기법을 유화로 재해석한 독자적 회화 언어에 주목한다. 대형 회화와 자료 등으로 밝은 풍경 뒤에 가려졌던 조형적 탐구와 굴곡진 삶을 함께 살핀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이대원의 회고전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가 6일 개막했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21년 만에 국공립 미술관에서 열리는 첫 회고전으로, 약 70년에 걸친 화업을 대표하는 유화 120여 점과 아카이브 100여 점, 작가가 수집한 고미술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작품은 전국과 해외의 개인 소장가를 포함한 50여 곳에서 확보했다.
전시는 이대원이 나전과 자수, 동양화의 점과 선을 서양 유화에 녹여 한국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한 과정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섞이지 않은 색실의 대비로 입체감을 내는 자수의 색 병치와 여러 색층 사이로 밝은 점이 드러나는 나전의 효과를 유화물감과 붓질로 재해석했다. 전통 도자기 같은 소재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 미술의 양식과 기법, 미감까지 포괄해 독자적인 조형 체계를 완성했다.
가로 5~7m에 이르는 말년의 대작 ‘도리화’, ‘인왕산’, ‘담’은 이러한 탐구가 도달한 지점을 압축해 보여준다. 원색의 점과 유연한 선으로 화면을 채우고 공간의 깊이는 의도적으로 줄여, 관람자가 풍경 속을 거니는 듯한 동아시아 산수화의 시선을 구현했다. ‘농원’ 연작도 1970년대에는 산과 하늘, 원근이 뚜렷했지만 1980년대부터 근경·중경·원경이 포개졌고, 1990년대 이후에는 원경이 거의 사라지며 꽃과 나무, 들판이 화폭을 빈틈없이 채웠다.
이대원은 밝은 풍경 때문에 ‘과수원 화가’, ‘색채의 마술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화가’로 불렸지만, 상업적 풍경화가라는 평가와 홍익대 총장·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경력에 가려 조형적 고민은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 전시는 열일곱 살 때 그린 1938년 작품부터 말년의 연작까지 그 변화를 짚으며, ‘북한산’으로 알려졌던 초기작의 원제가 ‘가을 산’이라는 사실도 새로 확인했다. 일제강점기 학도병 강제 징집과 아버지의 실종을 겪고, 1959년부터 보수 없이 반도화랑을 운영했던 삶까지 함께 조명하는 전시는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