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승 친필 ‘서행별곡’, 국가 품에서 공개
핵심 요약
이건승이 1911년 지은 최초의 한글 망명가사 ‘서행별곡’ 친필 유일본이 공개된다. 후손 이겸주 울산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국가에 기증했으며 작품에는 망명 여정과 독립 염원이 담겼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26년 9월까지 해제를, 2027년에는 고화질 원문을 공개할 계획이다.
강화학파 유학자 이건승(1858~1924)이 나라를 잃은 비통함과 독립을 향한 뜻을 한글로 기록한 ‘서행별곡’ 친필본이 대중에게 공개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건승의 후손인 이겸주 울산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국가에 기증한 이 자료를 소장하게 됐다. 최초의 한글 망명가사로 평가되는 작품의 현존 유일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체 141장인 ‘서행별곡’은 이건승이 서간도로 망명한 뒤인 1911년 3월 지은 한글 가사다. 그는 1910년 한일강제병합으로 국권을 빼앗기자 그해 9월 22일 고국을 떠났다. 작품에는 망명을 결심한 배경부터 서울을 출발해 신의주에 이르기까지의 이동 과정, 길에서 마주한 옛 문화유적을 바라보는 감회와 서구 문물 유입을 걱정하는 마음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담겼다.
후반부는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향하는 여정과 그 과정에서 달라지는 심경을 보여준다. 일본에 대한 두려움과 음식·언어가 다른 이국에서 겪은 고통이 이어지고, 서간도에 도착한 뒤에는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나타난다. 동시에 척박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느낀 복잡한 감정도 드러나 조국을 떠나야 했던 망명자의 고통과 독립 의지를 함께 전한다.
이 작품은 당시 애국지사들의 국가관과 주체의식을 보여주는 자료이자, 전통 유학자가 시대의 아픔을 한글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한글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도 살필 수 있는 기록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26년 9월까지 자료 목록과 상세한 내용 설명을 담은 해제를 먼저 공개한다. 이어 2027년에는 고화질 디지털화를 마치고 도서관 누리집에서 원문을 제공해 국민의 열람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