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과 관계가 되묻는 ‘사람을 살리는 일’
핵심 요약
진성림 작가가 사람을 살리는 일의 의미를 탐구한 장편소설 ‘그리고 다시, 우리’를 출간했다. 응급환자를 위해 법적 논란을 감수한 의사 성림의 선택과 친구 원희의 죽음이 중심 서사를 이룬다. 작품은 의술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등 곁을 지키는 관계도 삶을 회복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조명한다.
의사이자 소설가인 진성림 작가가 장편소설 ‘그리고 다시, 우리’를 펴냈다. 작품은 생명을 연장하는 의료 행위만으로 ‘사람을 살린다’는 의미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지 묻는다.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처럼 끝까지 곁을 지키는 존재가 삶의 의지와 방향을 되찾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다.
주인공 성림은 수만 건의 기관지내시경 시술 경험을 갖춘 호흡기내과 전문의다. 응급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결단하지만 자신의 삶과 사랑 앞에서는 좀처럼 답을 내리지 못한다. 다른 의료기관의 응급환자를 구하려고 의료법상 논란을 감수한 채 기관지내시경 시술에 나섰다가 법정에 서는 과정이 핵심 갈등으로 전개된다. 소설은 질서를 지켜야 하는 법과 눈앞의 생명을 구해야 하는 의사의 책임이 충돌할 때 개인이 짊어지는 선택의 무게를 따라간다.
이야기의 출발점에는 진 작가가 의료현장에서 만난 환자들이 있다. 의학적으로 회복하고도 살아갈 뜻을 잃은 사람이 있는 반면,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다시 힘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후반부에는 권력형 비리를 추적하던 성림의 친구 원희가 목숨을 잃는다. 성림은 끝까지 친구를 살리려 하지만 실패하고, 원희가 남긴 진실과 선택은 살아남은 이들의 삶을 바꾸며 또 다른 사람을 지키는 계기가 된다.
제목의 ‘우리’는 연인에 한정되지 않고 가족과 친구, 의사와 환자 등 삶을 함께 통과하는 여러 관계를 아우른다. 관계가 끝나거나 누군가 떠난 뒤에도 남겨진 말과 선택은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진 작가는 몸을 오래 살피는 의사와 마음과 선택을 깊이 들여다보는 소설가가 사람을 이해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고 봤다. 작품은 독자에게 자신을 살린 사람이 누구였는지,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였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