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벌 이력 공개, 판결 너머 맥락도 담아야
핵심 요약
의료행위 중 형사처벌이 확정된 의료인의 이력을 환자에게 공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판결 이력만 일률적으로 제시하면 고위험 진료 회피와 필수의료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자의 안전한 선택을 위해 처벌 기록과 함께 진료 난도·환자 중증도·의료기관 체계를 살피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의료인의 처벌 이력을 환자가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환자의 알권리와 필수의료 위축 가능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의료사고 피해 경험이 있는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추진하는 이 방안은 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의료인의 과실이 확정된 사례를 공개 대상으로 삼는다.
현행 의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을 원칙적으로 면허취소 대상으로 정하지만,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예외로 둔다. 이에 따라 수술이나 진료 중 과실로 환자가 숨지거나 다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도 그 사유만으로 면허가 취소되지는 않는다. 다만 형사책임이 인정된 한 건의 사고가 해당 의사의 현재 실력과 진료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주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응급의학과와 신경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산부인과처럼 중증 환자와 고위험 수술을 주로 맡는 의료진은 사고와 분쟁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수술 난도와 환자 중증도, 진료 기간을 제외한 채 판결 이력만 제시하면 낙인이 생기고 위험한 진료를 피하는 현상이 커질 수 있다. 미국 뉴욕주와 매사추세츠주의 관상동맥중재술 의사 조사에서도 상당수가 공개 치료 성적을 의식해 고위험 환자 시술을 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은 주 의료위원회를 통해 면허와 징계 정보를 공개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의료과오 배상과 제재 정보도 제공하지만, 전문과목과 진료 기간, 환자군에 따라 기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을 함께 제시한다. 영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도 면허 상태와 징계, 진료 적합성을 확인하도록 운영한다. 국내 제도 역시 개인 과실뿐 아니라 인력·협진·응급 대응 등 의료기관 체계를 함께 살피고, 반복적으로 위험한 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걸러낼 수 있도록 의사 단체의 실질적인 자정 권한까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