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법 시행 앞두고 중과실 기준 충돌
핵심 요약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내년 5월 시행을 앞두고 12대 중과실의 세부 기준을 정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의료계는 전공의 수련과 신생아중환자실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법조계는 형사면책 특례의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료사고 이력 공개를 놓고 환자의 선택권 보장과 기피과 방어진료 심화 우려가 맞서고 있다.
의사의 형사책임을 일부 면제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내년 5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시행령 마련을 위한 후속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시행까지 1년도 남지 않았지만 의견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12대 중과실’의 세부 범위와 의료사고 이력 공개를 둘러싼 의료계·환자단체·법조계의 견해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12개 중과실 유형이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박창용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는 전공의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한 뒤 감독하지 않은 경우도 중과실에 포함됐지만, 연차별로 감독과 독립진료의 비중이 다른 수련 현실이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행위와 감독의 범위가 불명확한 만큼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협의체에서 다뤄지고 있다.
신생아 진료의 특수성을 하위법령에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신생아중환자실은 환아 상태가 급변하고 예후를 예측하기 어려워 합병증이나 사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창원 대한신생아학회 부회장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 신생아분과 전문의가 최소 2명 참여하고, 의사의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가 피해를 보상하는 무과실 의료보상제를 신생아중환자실 진료에 적용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이달 말까지 최종 의견을 마련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의 기소까지 제한하는 형사면책 특례가 헌법에 어긋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의료사고 이력공개제도 또 다른 쟁점이다.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환자단체는 의사의 사고 이력을 제공해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례를 우선 공개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반면 의사들은 개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기피과의 방어진료를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환자단체는 중과실 구분을 포함한 쟁점을 의료계와 계속 협의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