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조정실에서 마주한 두 개의 고통
핵심 요약
복합통증증후군 환자는 의료사고 이후 극심한 통증과 생업 상실을 견디고 있다. 십자인대 파열을 놓친 의사는 사과와 후속 대응에도 자괴감과 방어 진료의 부담을 호소했다. 의료분쟁 조정에서는 판단에 앞서 양측의 고통을 온전히 듣는 과정이 중요하게 제시됐다.
의료사고 뒤 복합통증증후군(CRPS)을 앓게 된 환자는 마약성 패치를 사용하면서도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을 견디고 있었다. 30분이면 끝난다던 수술 이후 일할 수 없는 몸이 됐고, 친구들이 생업을 이어가는 동안 자신은 고통을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없다며 절망을 드러냈다. 환자 부부는 사고가 발생한 병원에서 여전히 치료를 이어가고 있었다.
조정실에 들어온 환자는 예상보다 밝은 표정을 보였지만, 이는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고통을 억누르며 생활해 온 결과였다. 지금까지 버텨 온 일과 가족 앞에서 웃음을 잃지 않은 태도에 존경의 뜻이 전해지자 환자는 아내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고개를 깊이 숙였다. 참아 온 설움은 결국 눈물로 이어졌다.
다른 의료분쟁에서는 학생의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진단하지 못한 의사가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다. 그는 사건 뒤 학생의 어머니에게 직접 사과하고 대학병원 교수에게 수술 방법을 상의하며 치료를 부탁했다. 병원 홈페이지에는 일주일 안에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MRI를 촬영한다는 원칙도 게시했지만, 과잉진료라는 악성 댓글이 달렸다. 의사는 자신의 진료 인생 전체가 부정당한 듯한 자괴감과 방어 진료에 대한 부담을 털어놨다.
환자와 의사는 의료소송에서 서로 반대편에 서 있지만, 뜻하지 않은 시련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삶을 이어간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조정 과정에서는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분노와 고통을 충분히 말하도록 듣고, 견뎌 온 삶에 위로와 존중을 건네는 일이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재판의 판단과 함께 상처 입은 마음과 깨진 관계를 살피는 분쟁관리 역시 조정이 맡아야 할 역할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