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비로소 마주한 부자의 시간
핵심 요약
갑작스러운 고열과 호흡 곤란을 보인 아버지가 패혈증 의심 상태로 응급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검사에서 간 농양과 심장 문제가 확인됐고 가족과 교회 지인들이 치료 과정을 함께 버텼다. 평소 대화가 드물던 부자는 응급실에서 6시간을 나란히 보내며 오래 남을 시간을 만들었다.
토요일 늦은 오후, 부산에 사는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고열과 오한으로 119 구급차에 실려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아침에는 더위를 호소했지만 오후부터 이불 두 겹을 덮을 만큼 추워했고, 혈압 저하와 호흡 곤란까지 나타났다. 등산을 마치고 귀가하던 아들은 평소와 달리 다급한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스스로 호흡하지 못한 채 여러 호스와 의료 장비에 의지하고 있었다. 의료진은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패혈증 가능성을 두고 피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을 진행했다. 검사 과정에서 간에 농양이 발견됐으며, 이 병변이 고열과 패혈증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항생제와 산소, 정맥주사 처치가 이어졌고 간에도 배액용 호스가 삽입됐다. 혈압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심장 문제까지 확인되면서 아버지는 집중 치료를 위해 응급중환자실로 이동했다.
아버지는 수년 전 허리 수술을 받은 뒤 장애 판정을 받았고 혼자서는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약 3년 전에도 수술 후 염증 수치가 떨어지지 않아 같은 대학병원에서 수개월간 치료받았다. 평소 어머니가 24시간 곁을 지켰지만 중환자실에는 보호자가 상주할 수 없었다. 기존 정신과 약도 복용하기 어려워 불면과 섬망이 심해질 우려가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를 본가에 데려다준 뒤 새벽 3시에 귀가했지만 병원 연락에 대비하느라 잠들지 못했다.
입원은 위태롭게 시작됐지만 응급실과 중환자실 자리가 확보됐고, 경기도에 살던 형도 부산으로 내려와 일주일 동안 가족 곁을 지켰다. 소득과 실손보험이 없는 아버지에게는 어머니와 두 아들이 보호자로 남았다. 교회 지인들도 전화와 경제적 도움을 건네고 일반 병실 이동 뒤 병문안을 이어갔다. 매주 본가를 찾고도 아버지와 5분 넘게 대화하지 않던 아들은 그날 응급실 침대 곁에서 6시간을 함께 보냈다. 마흔이 넘도록 별다른 추억을 만들지 못했던 부자에게 그 밤은 가장 길고 선명한 동행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