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대, 금리 판단 무게중심은 물가 경로
핵심 요약
금융시장 안정에도 기준금리 판단의 핵심은 근원물가와 성장·물가 경로라는 입장이 제시됐다. 반도체 중심 성장만을 이유로 금리 인상에 반대하기 어렵고 산업별 격차는 다른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원·달러 환율은 단기 요인이 남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11일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임기 만료 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증시와 원·달러 환율의 안정만으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시장 불안 완화가 금융통화위원회의 판단 여지를 넓힐 수는 있지만, 통화정책의 핵심 기준은 향후 근원물가의 지속 수준과 성장 전망, 전반적인 물가 경로라는 설명이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머무는 상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내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이 줄면 금융안정을 목적으로 금리를 올릴 유인이 일부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유 부총재는 금리 결정의 무게중심이 금융시장 움직임보다 물가와 경제 여건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안정 자체가 통화정책 방향을 바꿀 정도의 결정적 요소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성장세가 반도체에 치우친 만큼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정보기술 부문 이외 산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선도 산업의 성장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정 산업만 성장한다는 이유로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경제 성장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기 전에 이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별 성장 격차는 통화정책이 아닌 다른 정책 수단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로 구분했다.
환율은 단기 수급과 시장 기대보다 무역수지 흑자 확대, 정부의 안정 의지, 경제 기초 여건 등 중장기 요인의 영향을 점차 더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변동성을 키운 일시적 요인이 아직 남아 있어 환율이 곧바로 하락하기는 어렵지만, 기간을 넓혀 보면 안정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와 점도표는 위원 간 심층 논의와 총재와의 정확한 소통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2023년 8월 21일 취임한 유 부총재는 오는 20일 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