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65점으로 다시 보는 대한제국의 전환
핵심 요약
국립중앙박물관 대한제국실이 9개월간의 개편을 마치고 유물 65점을 선보인다. 황색 곤룡포를 입은 고종 어진과 대례의궤, 국새 등을 통해 황제국 선포의 의미를 조명한다. 데니 태극기와 안중근 유묵, 민영환 관련 유물은 국권 침탈과 저항의 역사를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 대한제국실을 9개월 만에 개편하고, 대한제국이 조선의 틀을 넘어 근대 국가로 나아가려 했던 과정을 미술과 유물로 조명한다. 전시장에는 ‘국새 칙명지보’, ‘데니 태극기’, ‘안중근 의사 유묵’ 등 보물 7점을 포함한 총 65점이 나왔다. 1897년 10월 자주독립 국가를 선포한 고종의 의지와 당시 사회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는 황제 즉위 절차를 기록한 ‘대례의궤’와 황제국에 맞춰 새로 제작한 국새를 통해 대한제국 출범의 의미를 보여준다. 채용신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고종 어진도 약 7년 만에 공개됐다. 그림 속 고종은 조선 국왕의 붉은 옷이 아닌 황제국을 상징하는 황색 곤룡포를 입고 정면을 바라본다. 서양식 예복에 착용했던 예검과 각국 공사관의 위치가 표시된 1902년 한성 지도, 국내외 외교 활동을 담은 사진과 영상도 전시됐다.
국권 침탈 이후 저항에 나선 ‘대한인’의 행적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1905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 체결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영환 관련 유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안중근 의사가 감옥에서 순국하기 전 남긴 ‘용공난용연포기재’ 유묵도 선보인다. 이 글은 서투른 목수는 아름드리 좋은 목재를 다룰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어, 국권 상실기에 남겨진 저항의 흔적을 전한다.
고종의 외교 고문으로 활동한 미국인 오언 니커슨 데니가 소장했던 ‘데니 태극기’도 전시의 한 축을 이룬다. 이 태극기는 국내에 남은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96년 조선총독부 청사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상량문과 초석을 세우며 만든 은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황제국 선포와 근대화를 향한 제도적 변화, 외교 활동, 국권 침탈과 저항의 흐름이 한 공간에서 유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