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로지른 달 그림자, 스페인서 121년 만의 장관
핵심 요약
21세기 첫 유럽 대륙 관통 개기일식이 펼쳐져 스페인에서는 121년 만에 완전한 일식이 관측됐다. 그린란드·아이슬란드·스페인을 따라 본그림자가 이동했고 경로 밖에서는 부분일식이 나타났다. 과학자와 시민들은 코로나의 물리적 특성과 갑작스러운 어둠에 따른 동물 행동 변화를 기록했다.
12일 현지시간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유럽 대륙을 관통했다. 스페인에서는 1905년 이후 121년 만에 완전한 개기일식이 관측됐다. 이비사와 마요르카에 모인 수천 명은 하늘이 어두워지고 진주빛 코로나가 드러나자 박수와 환호를 보냈으며, 해안의 선박들도 고동을 울렸다. 이비사에서 광경을 지켜본 엘리자벳 마린 씨는 달이 태양을 깨물기 시작한 듯하다며 감격을 나타냈다.
달의 본그림자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스페인을 잇는 경로를 따라 이동했다. 아이슬란드 서부 헬리산두르에서는 오후 5시 45분, 스페인 발렌시아 등에서는 저녁 8시 30분 무렵 개기식이 시작됐다. 경로 밖에서도 부분일식이 나타나 런던에서는 태양의 90% 이상,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는 28%가 가려졌다. 스나이펠스네스 반도에서는 2년 전 일식 날 교제를 시작한 케니 샤보 씨가 연인에게 청혼했고, 오우렌세 교도소에서는 재소자 87명이 운동장에 모여 일식을 관람했다.
일식 안경을 구하지 못한 런던 시민들은 구멍을 낸 시리얼 상자와 소쿠리를 이용해 바닥에 맺힌 초승달 모양의 빛을 관찰했다. 과학자들은 평소 태양빛에 가려지는 외곽 대기층인 코로나를 살피며 약 6000도인 태양 표면보다 코로나가 수백만 도까지 뜨거워지는 원인과 자기장 구조를 분석했다. 일식 전부터 코로나 형태를 예측하는 모델도 가동해 통신망 교란과 위성 장애를 일으키는 태양풍, 태양 플레어, 코로나 질량 방출의 작동 원리를 연구했다.
갑작스러운 어둠이 동물에게 미친 변화도 기록됐다. 스페인 산탄데르 해안에서는 개기식 약 1분 전부터 갈매기 수십 마리가 크게 울며 원형으로 선회했고, 일부 조류는 어두워진 낮을 새벽으로 착각한 듯 울음소리를 냈다. 영화감독 안헬 가르시아로호의 ‘트라이일식’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 과학자 200여 명은 일식 동안 동물 행동 자료를 수집했다. 개기일식으로 문을 연 천문 현상은 13일 새벽 절정에 이른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