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8대 석유기업 133조원 순익
핵심 요약
미·이란 전쟁 이후 유가가 치솟으며 세계 8대 석유 기업이 2분기에 약 133조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폭염과 산불, 폭우와 홍수로 유럽·아시아·북미 각지에서 대규모 인명 및 대피 피해가 발생했다. 주요 석유 기업의 탄소 배출과 극심한 폭염의 연관성이 확인되면서 기후위기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아람코와 BP, 셸, 에퀴노르, 토탈에너지, 에니, 셰브론, 엑손모빌 등 세계 8대 석유 기업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총 930억달러, 약 133조원에 달했다. 1분마다 약 70만달러를 벌어들인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500억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비롯한 원유 공급 차질이 이어진 가운데 지난 4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126달러를 넘어섰다.
기업별로는 아람코가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한 330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올려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셰브론의 순이익은 122억달러로 1년 전보다 다섯 배 이상 늘었고, BP는 두 배 넘게 증가한 57억3000만달러를 거뒀다. 전쟁 중 카타르 가스전이 피해를 본 셸도 98억4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내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세계 경제의 부담으로 번지는 동안 주요 석유 기업의 수익은 큰 폭으로 확대됐다.
석유 기업의 막대한 이익은 폭염과 가뭄, 산불, 홍수가 잇따른 각국의 상황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유럽에서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약 2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됐고 한국과 일본에서도 이례적인 더위가 이어졌다. 프랑스와 스페인뿐 아니라 그리스, 튀르키예, 미국, 캐나다에서도 대형 산불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번진 산불로 6만명 이상이 대피했다. 방글라데시 치타공에는 지난달 초 하루 40㎝가 넘는 비가 내렸으며,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한 달간 폭우와 홍수로 100명 넘는 인명 피해가 났다.
화석연료 기업의 탄소 배출과 극심한 폭염의 연관성도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서는 탄소 배출량 상위 14개 기업 가운데 한 곳의 배출량만으로도 폭염이 50회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 석유 기업의 배출량을 추적한 카본메이저스 자료에서는 아람코가 역사상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기업으로 나타났고 셰브론, 엑손모빌, 셸, BP도 상위 10곳에 포함됐다. 전쟁으로 늘어난 이익과 기후재난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석유 기업에 기후위기 대응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