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오빗, 팝과 록을 넘나든 전자음악의 설계자
핵심 요약
윌리엄 오빗은 마돈나의 <레이 오브 라이트>에 전자음악과 내면적 색채를 입혔다. 블러와 올 세인츠, 배스 오튼의 작업에서도 장르를 넘나드는 제작 역량을 드러냈다. 절제된 비트와 몽환적 전자 음향은 그의 폭넓은 음악 세계를 관통했다.
윌리엄 오빗은 마돈나의 1998년 음반 <레이 오브 라이트>를 통해 대중음악사에 선명한 자취를 남긴 프로듀서다. 최근 통산 15집 <컨페션즈 II>를 내놓은 마돈나에게 이 작품은 전자음악의 색채로 장르를 탐구하고 종교와 모성애를 비롯한 내면의 성찰을 담아낸 전환점이었다. 오빗은 그 변화의 중심에서 음반의 독창적인 소리를 빚었다.
그의 손길은 ‘레이 오브 라이트’의 도입부와 신비롭고 동양적인 분위기의 ‘프로즌’, 초현실적 심상을 펼친 첫 곡 ‘드라운드 월드/섭스티튜트 포 러브’에 고루 남았다. 마돈나와의 협업은 댄스 팝과 전자음악을 절충한 2000년 정규 8집 <뮤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오빗의 작업 영역은 마돈나의 음반에만 머물지 않았다.
오빗은 블러가 미국적인 색채와 실험성을 받아들인 1999년 정규 5집 <13>에도 참여했다. 이 음반에는 영적인 대곡 ‘텐더’와 아기자기한 뮤직비디오로 기억되는 ‘커피 앤 티비’가 실렸다. 1960년대 킹크스의 계보를 떠올리게 하는 영국적 서사의 1994년작 <파크라이프>에서 벗어난 변화였다. 비교적 일관된 로큰롤을 걸었던 오아시스와 달리 블러가 변덕스럽고 실험적인 작풍을 택한 시기와도 맞물렸다.
영국 걸그룹 올 세인츠의 다섯 차례 영국 싱글차트 1위곡 가운데 하나인 ‘퓨어 쇼어즈’에서는 넓은 공간감을 구현했고, 배스 오튼의 1993년 데뷔작 <슈퍼핑키맨디>에서는 포크와 전자음악이 결합한 포크트로니카 성향을 드러냈다. 특정한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그의 작업에는 공격성을 절제하면서도 악센트가 분명한 비트, 몽환적이고 세련된 전자 음향, 이국적인 분위기가 관통한다. 스튜어트 프라이스는 별세한 오빗을 기리며 1990년작 <스트레인지 카고 2>를 천재성과 영감이 가득하고 그의 품성과 정체성이 투영된 작품으로 평가했으며, 2001년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를 호기심 많고 공손한 인물로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