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커 맨’이 파고든 신앙과 폐쇄 공동체의 균열
핵심 요약
‘위커 맨’은 기독교를 버리고 고대 자연신앙을 택한 섬 공동체를 그린다. 작품의 설정에는 유럽에서 확산한 신이교주의와 전후 사회의 종교적 환멸이 반영됐다. 영화는 이상을 좇던 폐쇄 공동체가 극단으로 변질되는 과정과 종교 권위의 의미를 묻는다.
영화 <위커 맨>의 작은 섬마을은 기존 법질서와 기독교 신앙을 밀어내고, 태양신과 대지의 여신을 섬기는 공동체로 재편된다. 기아와 빈곤을 해결하지 못한 기독교의 자리는 영주가 된 과학자 가문과 고대 이교 신앙이 대신한다. 주민들은 자연의 신격이 풍요라는 직접적인 선물을 준다고 믿으며, 기독교 전래 이전의 켈트 드루이드 신앙을 되살린다.
작품의 설정은 유럽 각지에서 등장한 현대 이교와 신이교주의라는 종교 운동을 현실적 토대로 삼는다. 과학의 발달로 기존 종교와의 갈등이 커지고, 기독교 일각의 배타성이 사람들을 교회 밖으로 밀어냈다.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 기존 사회에 환멸을 느낀 이들은 기독교 교리가 현대 문명과 맞지 않고 사회변화를 억누르는 권력으로 변했다고 판단하며 새로운 공동체와 신앙을 모색했다.
신이교주의는 북유럽과 켈트의 잊힌 신들을 복원하면서 자연 중심의 삶을 지향했다. 인간 중심의 사고와 정복·파괴를 합리화하는 데 교회가 동원됐다는 환멸도 이 흐름에 결합했다. 히피 운동과 만난 일부 공동체는 생태주의·여성주의와 어우러진 목가적이고 진보적인 성격을 보였지만, 통일된 교리보다 공동체의 형태가 앞선 탓에 지역과 집단마다 양상은 크게 달랐다.
작은 사회의 폐쇄성이 나쁜 방향으로 작동하면 공동체는 극우 집단으로 변질되고, 내부의 폐단과 범죄는 오랫동안 감춰질 수 있었다. 주류 사회의 오류를 고치려던 운동이 또 다른 극단으로 추락하는 역설이다. <위커 맨>은 이런 현실을 섬마을의 질서와 주민들의 선택에 투영해 종교의 목적을 묻는다. 일신교가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에도 그 절대적 권위가 유효한지 던지는 질문이 결말 이후까지 충격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