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상업권 29조원 민간 매각 추진…축구계 반발 확산
핵심 요약
FIFA가 월드컵 상업·운영 권리를 별도 법인 FFE에 넘기고 민간 투자로 42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UEFA와 잉글랜드축구협회 등은 사전 협의 부재와 월드컵의 공공성 훼손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원국 과반 승인을 앞두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며 계획이 수정되거나 철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과 클럽월드컵의 상업·운영 권리를 별도 법인에 넘기고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FIFA는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라는 법인을 설립해 중계권, 후원, 입장권 판매, 라이선스 사업뿐 아니라 대회 준비와 운영까지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FFE의 기업가치는 초기 기준 200억달러(약 29조원)로 평가됐으며, FIFA는 장기 투자자에게 비지배 소수 지분을 매각해 42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주요 투자자로는 미국 투자회사 스라이브 캐피털과 관련된 투자그룹이 거론된다. FIFA는 민간 투자자가 경영권을 갖지 못하고, FFE에서 발생한 순이익은 세계 축구 발전에 재투자된다고 설명했다. 또 211개 회원국에 최대 4000만달러(약 577억원)씩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7∼2030년 예산 주기에 기존 800만달러보다 늘어난 2000만달러를 지급하고, 민간 투자금에서 회원국이 선택적으로 2000만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회원국들에 추가 지원금 수령 여부를 결정할 시한을 9월 19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획은 영국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FIFA가 공식적으로 내용을 공개했다.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과 아시아축구연맹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고, 잉글랜드축구협회도 구체적인 조건과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UEFA는 “축구 행정기관이 넘어서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며 축구의 정체성과 운영권은 거래 대상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하비에르 테바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회장은 투명성 없이 정치와 징계, 자금, 권력을 결합하는 인사가 FIFA를 이끌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와 유럽프로축구클럽연합도 의사 결정 절차와 지배구조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고,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관계자들도 월드컵을 투자 상품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체코축구협회는 FIFA와의 협력이 자국 축구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조건부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국가의 축구협회들은 대규모 지원금을 경기장과 유소년 시스템, 풀뿌리 축구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FFE 설립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FIFA 이사회와 회원국 과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UEFA는 55개 회원국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고,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과 아시아축구연맹도 별도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일각에서는 FIFA 대회 보이콧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회원국 다수가 반대하면 표결 과정에서 무산될 수 있고, 팬과 언론, 축구단체의 반발이 확산할 경우 FIFA가 계획을 수정하거나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