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부바’에 둥근 형태 골랐다
핵심 요약
원숭이 9마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부바’와 둥근 형태, ‘키키’와 뾰족한 형태를 연결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부바’를 들은 원숭이가 둥근 모양을 선택할 확률은 ‘키키’를 들었을 때보다 약 6배 높았다. 표본이 적고 동료 심사 전 단계인 만큼 더 많은 개체를 활용한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
원숭이도 소리의 느낌과 시각적 형태를 연결하는 ‘부바-키키 효과’를 보인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과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공동 연구진이 싱가포르 만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원숭이 9마리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부바’에는 둥근 모양을, ‘키키’에는 뾰족한 모양을 선택했다. 연구 논문은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먼저 원숭이에게 먹이가 숨겨진 컵 두 개를 제시해 실험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하나는 아무 표시가 없는 뚜껑으로 덮고, 다른 하나에는 둥근 부분과 뾰족한 부분을 합친 혼합 형태를 표시했으며 이때 음성은 들려주지 않았다. 본 실험에서는 둥근 모양과 뾰족한 모양의 뚜껑을 각각 씌운 두 컵을 놓고 ‘부바’ 또는 ‘키키’를 반복해 재생했다. 원숭이 한 마리당 3개의 짧은 블록으로 나눠 모두 24차례 시행했으며, 뚜껑의 위치와 음성 순서는 균형 있게 조정했다.
부바-키키 효과는 1920년대 처음 제안된 언어기호학적 현상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권의 사람도 부드럽게 들리는 ‘부바’를 둥근 형태와 연결하고, 날카롭게 들리는 ‘키키’를 뾰족한 형태와 짝짓는 경향을 비교적 일관되게 보인다. 이번 실험에서도 ‘부바’를 들은 원숭이가 둥근 모양을 고를 확률은 ‘키키’를 들었을 때보다 약 6배 높아, 사람을 대상으로 확인된 기존 경향과 매우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다만 실험에 참여한 원숭이가 9마리에 불과하고 논문도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아, 결과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개체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소리와 형태를 잇는 일부 감각 간 대응 능력이 인간에게서만 새롭게 생긴 특성이 아니라 먼 공통 조상에게서 이어진 지각적 편향일 가능성과 부합한다고 봤다. 앞으로는 이 효과가 인간만의 특성인지를 따지는 데서 더 나아가 척추동물 전반에 얼마나 널리 나타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