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기성 정치를 흔드는 풍자정당
핵심 요약
인도 바퀴벌레국민당의 전국 시위 뒤 교육장관이 사임하고 정부가 주요 요구를 수용했다. 100년 넘게 이어진 풍자정당은 유럽 각국에서 정책 반영과 의석 확보로 영향력을 넓혀왔다. 소셜미디어와 결합한 유머 정치가 기성 정당의 메시지 전달 방식을 흔들고 있다.
장난처럼 출발한 풍자정당이 거리 시위와 선거를 통해 현실 정치의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인도 Z세대가 주도한 바퀴벌레국민당(CJP)은 의과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NEET 문제 유출에 항의하는 전국 시위를 벌였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장관은 지난달 25일 물러났다. 정부는 숨진 수험생 유족에 대한 배상과 시험·교육 체계 개혁 논의도 약속했다.
CJP는 지난 5월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이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을 바퀴벌레에 빗댄 일이 알려진 뒤 결성됐다. 11일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644만명으로 집권 인도인민당(BJP)의 968만명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지지자들은 시위 영상을 직접 제작해 확산시키고 있다. 경찰의 곤봉 진압에 대비해 옷 안에 솜을 넣는 과정을 ‘나와 함께 준비해요’ 형식으로 촬영하는 등 당국의 폭력까지 유머의 소재로 바꿨다.
풍자정당의 뿌리는 1911년 체코 작가 야로슬라프 하셰크가 만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온건한 진보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정당은 노예제 부활과 알코올 중독 의무화 같은 공약으로 당시 보수 정치를 비꼬았다. 영국의 ‘공식 괴물 미치광이 괴짜당’이 제안한 반려동물 여권은 실제 정책에 반영됐고, 폴란드 맥주 애호가당은 1991년 총선에서 16석을 얻었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뒤에는 반기득권 정서와 맞물려 다시 지지 기반을 넓혔다.
제도권에 안착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디 파르타이는 2014년 유럽의회에 처음 진출한 뒤 2024년 선거에서 2석을 차지했고, 아이슬란드 베스트당은 2010년 레이캬비크 지방선거에서 15석 가운데 6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 헝가리의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은 2024년 부다페스트 12구 구청장을 배출했으며, 벤치 도색과 보도블록 보수 같은 지역 활동을 펼쳤다. 과장된 공약과 도발적 표현에 머물던 정치 풍자가 소셜미디어를 만나 정책과 의석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