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순옥의 예술세계, 시간과 흔적으로 다시 만나다
핵심 요약
우순옥의 초기작부터 작고 직전 작품까지 아우르는 회고전이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일상의 사물과 빛, 연기, 온기 등을 통해 존재와 기억,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 전시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회화·드로잉·설치·영상을 함께 선보인다.
존재와 기억, 시간과 공간을 탐구해 온 개념미술가 우순옥(1958∼2023)의 작품 세계가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펼쳐진다. 회고전 ‘우순옥_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리며, 1980년대 초기 작업부터 작고 직전까지 제작한 회화와 드로잉, 설치, 영상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전시작 ‘연기드로잉’은 달궈진 전기 플레이트에 떨어진 물이 수증기로 변해 빛 속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증기가 주변 철판에 남긴 녹은 작가가 통제하지 않은 흔적이 된다. 발열 장치를 품은 곡면의 흰 벽과 두 조명으로 구성된 ‘따뜻한 벽’은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온기를 전하며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떠올리게 한다.
검은 천 12장과 달을 배치한 ‘방’에서는 관람객이 천 사이를 거닐며 사적인 공간에 들어선 듯한 감각을 경험한다. ‘아주 작은 집’은 전등갓과 거울, 비누, 장난감, 책, 빗 등 108개의 사물을 바닥의 격자 위에 놓아 서로 다른 기억이 관계를 맺는 풍경을 만든다. 옷과 건조 과일, 깨진 거울, 돌, 갈대 등을 배치한 ‘사물의 질서’는 각기 다른 존재가 제자리를 지키며 공존하는 상태를 드러낸다.
우순옥은 연필과 파스텔뿐 아니라 녹슨 철판, 연기와 빛, 식물, 오래된 책상과 의자, 입었던 옷까지 작업의 매개로 삼았다. 2016년 개인전 ‘무위예찬’에서 제시한 ‘무위’도 사물과 자연이 스스로 변하고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는 태도였다. 이화여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한 그는 1985년 독일로 건너가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수학했고, 귀국 뒤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작업했다. 1995년부터 2022년까지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