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경계와 침묵을 체험하는 전시
핵심 요약
박혜수 개인전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타인을 배제하는 사회 구조를 다룬다. 관람객은 설문과 발화, 영상과 설치를 통해 ‘우리’의 경계와 침묵의 작동 방식을 체험한다. 전시는 금호미술관에서 10월 18일까지 열리며 대화와 강연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박혜수(52)의 개인전 ‘사람들은 진실에 관심이 없다’가 서울 종로구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조각과 설치, 영상, 출판,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사람들이 진실을 알면서도 집단의 이익과 결속을 위해 외면하는 태도를 다룬다. 관람객은 ‘우리’와 ‘저들’을 나누는 경계가 내부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타인을 배제하는 구조를 여러 참여형 작품을 통해 마주한다.
영상 ‘누가 아기 신발을 팔았을까?’에서는 세대와 성별, 좌우 정치 성향을 대표하는 6명이 아기 신발을 판 사람을 놓고 논쟁하지만, 대화는 진실을 찾기보다 상대를 공격하는 말싸움으로 흐른다. 설치작품 ‘나라 없는 사람 Ver.26’에는 한국은행에서 기증받은 분쇄 지폐 1t이 피라미드 형태로 쌓였다. 360도 회전하는 서치라이트와 ‘내가 꿈꾸는 나라’를 말하는 탈북민·관람객의 음성이 돈과 권력, 이상향에 대한 질문을 교차시킨다.
참여작 ‘우리에 갇힌 우리’는 설문을 거친 관객을 7개 집단으로 분류하고, 각 집단의 강점과 취약성을 보여준다.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경고음이 울리고 공동체를 위협하는 ‘침입자’라는 판정이 내려진다. 빛이 없는 방으로 꾸민 ‘그림자에게 몸을 맡기다’에서는 선동과 위협, 피해자의 목소리가 뒤섞이지만 관객이 ‘블랙미러’ 앞에서 티켓에 제시된 진실을 말하면 소음과 어둠이 사라진다.
전시장에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빌려주는 ‘휴먼렌탈서비스: 듣기만 하는 사람’, 가족·돌봄·노동의 압박 속 고립을 다룬 ‘증발자들’, 가부장적 풍설을 오브제로 풀어낸 ‘귀신이 되기까지 9년’도 마련됐다. 설문과 인터뷰로 개인 경험을 모아 사회 구조와 연결하는 ‘프로젝트 대화’를 이어온 박혜수는 이화여대 조소과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10년 금호영아티스트와 2014년 송은미술대상,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됐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계속되며 작가와의 대화와 연계 강연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