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에 무너지지 않는 법을 익히기까지
핵심 요약
영화 ‘호프’의 반복적인 욕설은 극 중 상황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큰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욕설과 단절된 환경에서 자랐지만 뉴욕 생활을 거치며 험한 말의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 욕설에 대한 면역은 타인의 거친 언어에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 방어력으로 해석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호프’에는 ‘ㅆㅂ’이라는 욕설이 130회 이상 등장하지만, 관람 과정에서 거슬림은 크지 않았다. 극 중 상황과 자연스럽게 맞물린 표현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는 험한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던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다.
어린 시절 주변의 집안 어른들은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고 책을 많이 읽었으며, 부모도 화를 내거나 체벌할 때 비속어를 쓰지 않았다. 인터넷이 없고 영상물에서 욕설을 쉽게 접하기도 어려웠던 환경 탓에 활자로 본 험한 말조차 사전에서 뜻을 확인할 정도였다. 스승이 처음으로 자신을 겨냥해 ‘ㅆㅂ’이라고 했을 때는 인격과 품위가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겪었다.
이후 미국 뉴욕에서 생활하며 욕설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영어로 짧고 단순하게 말하는 과정에서 ‘FXXK’에는 한국어 욕설에 따라붙던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 직접 사용해 보니 욕은 실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강한 모습을 연출하는 말에 가까웠고, 거리에서 불쾌한 성적 농담을 던지는 사람에게도 예전처럼 놀라지 않고 무표정한 대응으로 넘길 수 있게 됐다.
센 표현의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서 말로 공격받아도 상처가 줄었고, 중요한 것은 표현 자체보다 그런 말을 던진 원인을 파악하는 일이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시간이 흐른 뒤 한국어 욕설에도 익숙해져 ‘ㅆㅂ’을 강한 감탄사 정도로 받아들이게 됐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사리 판단이 자리 잡기 시작한 16~17세의 자신에게 온실 밖 언어를 익히게 해, 의미 없이 던진 몇 음절에 흔들리지 않는 힘을 길러주고 싶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