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으로 붐빈 서울, 익숙한 거리의 재발견
핵심 요약
서울 도심에서 보낸 여름휴가는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과 어우러진 세계 여행처럼 펼쳐졌다. 명동과 광화문을 찾은 방문객들의 모습은 익숙했던 서울의 가치를 다시 보게 했다. 해외를 동경하던 과거와 달리 세계인이 서울을 찾아오는 변화가 선명해졌다.

짧은 여름휴가의 목적지는 서울 도심이었다. 인사동에 숙소를 정하고 종로와 을지로, 서촌과 북촌을 천천히 걸었다. 사대문 안에 뿌리를 둔 집안은 아니지만 이 일대에서는 고향을 찾은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거리마다 예상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었고, 이들과 함께 음식을 먹고 볼거리를 둘러보며 이동하는 동안 서울이 아닌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감각도 생겨났다.
명동의 올리브영에서는 외국인들이 쉼 없이 상품을 골라 담았고, 광화문광장에서는 익숙한 풍경을 배경으로 연달아 사진을 찍었다. 서울 시민에게 일상적인 공간과 상품이 방문객에게는 여행의 목적이자 기록할 장면이 된 셈이다. 도심 곳곳에서 관광객과 자연스럽게 동선이 겹치면서, 서울을 벗어나지 않고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한 공간을 나누는 여름휴가가 완성됐다.
10대 시절 홍정욱 작가의 ‘7막 7장’을 읽은 뒤 미국을 막연히 동경했고, 대학 진학 후에는 형편이 되는 친구들이 미국의 유수 대학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같은 선택을 하기 어려워 용산 미군 기지에서 영어회화 수업을 들었다. 회화 실력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보던 미국의 풍경 안에 들어선 듯했고, 함께 먹은 짠 팝콘의 맛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선명하게 남았다.
당시에는 한국을 좁고 세련되지 못한 곳으로 여기며 화려한 선진국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명동과 광화문을 찾은 외국인들이 소비하고 사진을 남기는 모습을 마주하자 익숙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서울의 가치가 새롭게 다가왔다. 과거에는 세계를 만나려면 서울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서울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다. 이런 풍경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자랄 세대가 앞으로 무엇을 동경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