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고변동 코스피 떠나 대만행
핵심 요약
외국인은 이달 대만 증시에서 17억달러를 순매수한 반면 코스피에서는 62억달러를 순매도했다. 레버리지 상품과 반도체 대형주 집중 구조가 코스피의 변동성을 확대했다. 대만의 이익 전망이 한국을 앞섰지만 장기적인 투자 선호는 AI 수익화 여부에 달렸다.
지난달 글로벌 증시를 압박한 인공지능(AI) 관련 매도세가 잦아든 뒤 외국인 자금이 한국보다 대만 증시로 향하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에서는 이달 들어 외국인이 17억달러를 순매수해 6주 연속 이어진 매도 흐름을 끊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는 62억달러를 순매도했다. AI 기업을 향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상황에서도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이 자금 복귀를 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과 대만은 모두 AI 수혜 시장으로 분류되지만 시장 구조에는 차이가 있다. 코스피는 경기 변화에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높다. 대만 역시 파운드리 기업 TSMC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아이폰 부품을 비롯한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에 투자 대상이 분산돼 있고 레버리지 의존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세계 경기의 영향을 받더라도 기초 여건에 비해 위험이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온 배경이다.
코스피에서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변동성을 키웠다. 이 상품은 수익률을 확대하려고 기초 주식과 파생상품을 함께 매수하고 매일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일부 종목에 상품이 집중되면서 해당 주식을 직접 보유한 투자자의 손실 위험까지 높아졌다. 코스피는 6월 고점보다 약 40% 하락했고 변동성 지수는 역대 최고인 96.9를 기록했다. 7월 31일에는 하루 18% 급등하며 사상 최대 변동폭을 나타냈다.
극심한 등락 속에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사상 최저인 5.1배까지 낮아졌다. 대만 상장사의 12개월 선행 이익 전망치는 지난달 9.5%로 상향돼 코스피의 7.4%를 넘어섰다. 대만의 실적 전망 수정치가 한국보다 높아진 것은 약 1년 만이다. 다만 7월 급락 이후 시간이 충분히 지나지 않아 최근의 소폭 반등이 장기적인 투자 선호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AI 사업이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시장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