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일 수장, 대북 대화 구상 놓고 공개 충돌
핵심 요약
외교부와 통일부 수장이 4자 대화 등 대북정책 구상을 놓고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냈다. 동방경제포럼 참여와 정책 결정 절차를 둘러싼 소관·조율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외교부는 유엔총회와 APEC 정상회의, 한중 협의를 통해 한반도 교착 해소를 모색할 계획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대통령 업무보고 뒤 열린 브리핑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을 이상주의적이라고 평가하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하는 4자 대화 구상도 아직 정부 차원의 조율을 거친 방안이 아니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장관은 과거 6자·3자·4자 회담처럼 대화의 구성은 정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도 현 단계에서 4자 대화를 먼저 제시했다며 정 장관의 발언을 비중 있게 받아들이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통일부가 내놓은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역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 토론과 합의를 거쳐 확정된 문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두 부처의 간극은 오는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참여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정 장관이 정부 차원의 참석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조 장관은 러시아 행사와 외교적 초청을 살피는 일은 외교부 소관이며 아직 구체적인 검토 단계까지 나아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지난해 한미 대북정책 정례협의를 계기로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뒤 차관급 소통 채널을 가동했으나 정책 이견이 다시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조 장관은 대북정책의 큰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9월 뉴욕 유엔총회와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활용해 교착 해소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유엔총회에서 북한과 직접 만날 가능성은 불확실하고 북한이 대면을 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달 방한이 예상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북한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논의하되 즉각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인도네시아도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려 했지만 북한은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