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닝의 갈마 방문, 북중 협력의 새 신호
핵심 요약
왕후닝이 북·중 우호조약 65주년을 맞아 방북하고 갈마비행장에서 일정을 마쳤다. 중국은 교통·관광 협력 가능성을 열면서도 새 조약이나 공동선언을 통한 관계 격상은 유보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과 원산 항공편의 재개 여부가 실무 협력의 진전을 판단할 핵심 지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한 달 만에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평양을 방문했다. 북·중 우호조약 65주년을 기념한 일정이었지만, 중국은 대표단을 ‘정협 대표단’이 아닌 ‘당 및 정부 대표단’으로 규정했다. 새 조약이나 공동선언은 채택하지 않은 채 1961년 조약의 정치적·법률적 의미를 재확인하고 교통·관광 분야의 실무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일정은 인선과 대표단 명칭, 출국 동선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북한에는 정협과 같은 제도적 대응 기관이 없고, 조약 체결 55주년과 60주년에도 중국 최고위급 대표단의 방북은 이뤄지지 않았다. 왕후닝은 마지막 날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둘러본 뒤 평양으로 복귀하지 않고 갈마비행장에서 곧바로 출국했다. 다만 중국발 원산 노선이나 관광 전세기의 구체적인 운항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교류는 북한의 방문에 중국이 답하던 2018~2019년과 다른 흐름을 보인다. 2025년 리창 총리가 16년 만에 북한을 찾으며 중국이 먼저 고위급 교류를 시작했고, 시 주석의 방북 이후 박태성 북한 총리의 방중과 왕후닝의 방북이 한 달 사이 이어졌다. 2024년 북·러 조약으로 북한이 러시아와 상호군사원조 관계를 구축한 상황에서 중국은 실무 협력에는 호응하면서도 새 상호방위 약속에 따를 개입 부담과 한·미·일 결속 가능성을 고려해 제도적 격상은 유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정치 담론을 설계해 온 왕후닝은 갈마지구를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담론인 ‘인민대중제일주의사상의 구현’으로 평가했다. 관광 수익보다 북한의 통치 정당성과 기존 우호관계를 강조한 발언인 동시에,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중요한 갈마 사업을 협력 대상으로 제시한 장면이었다. 관광은 유엔 대북제재의 포괄적 금지 대상이 아니지만 결제, 항공, 금융 거래와 지정기관의 관여 방식에 따라 제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향후 단체관광과 원산 항공편, 통상구 운영의 실제 변화가 이번 접근의 실행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